시중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실질금리가 1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은행 예금에 이어 채권마저 마이너스 실질금리로 전락해 확정금리 금융상품에는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7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금리를 대표하는 지표물인 3년 만기 국고채 실질금리는 8월 연 1.13%에서 9월 연 -0.12%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였고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3.48%(월평균)였다. 물가상승률에도 금리가 못 미친다는 것은 돈을 맡겨두면 실질적으로 손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자소득세(세율 15.4%)를 제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기대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셈이다.

3년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졌던 지난해 3월 연 -0.21%를 기록한 이후 18개월 만이다. 국내외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타면서 실질금리는 작년 7월 연 2.49%까지 높아졌고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줄곧 연 1%대에 머물렀다. 3년물 국고채 금리를 통계에 넣은 1995년 이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2004년 중반(7~10월)과 지난해 초에 이어 세 번째다. 연 0%대에 머물며 가까스로 '플러스'를 지켜오던 1년 만기 국채 실질금리도 지난달 연 -0.6%로 떨어졌다. 중장기물에 해당하는 5년 만기 국채도 실질금리가 8월 1.67%에서 9월 0.31%로 급락해 '마이너스'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이런 추세는 10월 들어 더 가속화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석 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3년물 국채 금리는 연 3.08%로 폭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에는 연 3.05%로 금리가 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가 연 2%대로 하락하는 것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