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 많이 팔린 '톱5' 중엔 경유차가 3개나 포함됐다. BMW 520d(603대 · 1위),폭스바겐 골프 TDI(385대 · 3위),BMW 320d(381대 · 4위) 등의 순이었다. 경유차가 이처럼 약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끄럽고 덜덜거린다는 인식 때문에 외면받았던 경유 승용차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기름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연료 효율성이 높은 경유차를 찾는 이가 많아져서다. 경유차는 통상 휘발유차에 비해 연료 효율성이 30%가량 높다. 기름값 자체가 휘발유보다 저렴한데다,기술 개선에 따라 경유차의 실내 소음도 많이 개선됐다.



◆클린 디젤차 … 뛰어난 연비+승차감 개선

유럽 제조업체들이 '클린 디젤차'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국산차 중에서도 경유 모델이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i30 디젤이 대표적이다. 자동변속기 장착 모델을 기준으로 ℓ당 16.5㎞를 달릴 수 있다. 가격은 1910만원이다. 기아자동차는 프라이드 디젤,GM대우는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과 토스카 디젤을 각각 내놓고 있다. 이 중 프라이드 디젤은 국산차 중 최고 연비(ℓ당 18.3㎞)를 기록 중이다.

수입차 중 국내에 선보인 첫 디젤 승용차는 푸조의 407 HDi다. 2005년 들어왔는데,2000cc 엔진을 얹고 ℓ당 14.7㎞를 달린다. 푸조의 뉴 308 MCP는 국내에서 연료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경유차다. 연비가 ℓ당 21.2㎞다. 1600cc 엔진을 장착한 덕분에 하루 2ℓ의 연료로 약 40㎞를 주행할 수 있다. 폭스바겐의 골프 TDI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ℓ당 17.9㎞의 연료 효율성과 수입차로선 경쟁력 있는 가격(3390만원),최대토크가 32.7㎏ · m에 달할 정도의 강한 힘 등이 이유다. 이 회사는 최근 3.0ℓ급 경유 엔진을 얹은 페이톤을 도입했다.

BMW와 벤츠 등 프리미엄 업체들도 경유 세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BMW는 차체가 클수록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특이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120d 연비는 ℓ당 16.5㎞,320d는 17.6㎞,520d는 18.7㎞의 연비를 각각 낸다. 벤츠 역시 C클래스와 E클래스,S클래스 등 모든 차급에서 경유(CDI)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 중 S클래스 디젤 모델이 가장 잘 팔린다. 볼보의 S80 T6는 경유차이지만 연비가 ℓ당 8.9㎞에 불과하다. 대신 최고출력이 304마력에 달하는 고성능이다.



◆판매 급상승 수입 경유차…가격 인하 움직임

경유 승용차 사이에서 가격인하 움직임도 시작됐다. BMW 코리아는 지난 8월 뉴 520d를 출시하면서 차값을 종전보다 50만원 낮춘 6240만원으로 책정했다. 푸조 역시 신형 308 MCP의 가격을 종전보다 220만원(6.4%) 인하한 3190만원으로 정했다.

경유차는 하이브리드카에 견줄 만큼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하지만,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값비싼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할 필요가 없어서다. 과거처럼 매년 환경개선부담금을 낼 필요도 없다. 다만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취득 · 등록세 감면 혜택(2012년 12월31일까지 한시 적용)을 받을 수는 없다.

경유차 종류는 훨씬 다양해질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내년 초 인기 모델인 골프 TDI의 친환경차 버전을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 1600cc급 경유 엔진을 얹어 국내 기준 ℓ당 25㎞의 연비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격은 3000만원대 중 · 후반으로 예상된다. 푸조는 경유 엔진에다 전기 모터를 얹은 508 하이브리드를 2012년께 출시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는 국산차 중 처음으로 대형 세단인 체어맨W의 경유차 버전을 개발 중이다. 3.2ℓ 또는 3.6ℓ급 엔진을 얹을 가능성이 높다.

수입차만 놓고 봤을 때 경유차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만 해도 2.2%에 불과했다. 2006년 4300여대 팔리면서 10%를 처음 돌파했고,2008년엔 1만대 이상 판매됐다. 올 들어 1~9월 중 경유차가 1만6522대 팔리면서 전체의 24.9%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모델로 떠올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