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속아서 사는 것은 아닐까?"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한결같이 고민하는 문제다.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이 자주 쓰는 은어 중에 '무빵'이란 게 있다. 자신의 매물에 사고 이력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사고 유무가 차량의 상품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다보니 모두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사고차는 파손된 부위가 더 빨리 부식되거나 손상될 가능성이 높고,특히 재사고 때 운전자의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 간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고차'는 어떤 상태의 차를 말하는 것일까.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사고차'와 실제 중고차 시장에서 통용되는 '사고차'의 정의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업계에서 말하는 '사고차'는 연결된 두 부위 이상이 손상돼 부품을 교환한 차를 말한다. 예를 들어 측면 사고로 인해 문짝 1개를 교환했다면 이 차는 '단순 교환' 차량일 뿐 사고차는 아니다. 하지만 보닛과 펜더가 동시에 충격을 받아 두 부위를 함께 교환했다면 이는 사고차로 분류된다. 내부 부품을 대거 교환했거나,차체 전체를 다시 도장한 차량도 사고차가 된다. 프런트 패널이나 휠하우스가 통째로 교환된 대형 사고 차량만을 사고차로 보는 시장도 있다.

중고차 시장에선 부품 단순 교환과 같이 '사고차'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가격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은 다르다. 단순 교환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설명이 없으면 속아서 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고차를 제대로 가려내는 방법이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보험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사고이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에서는 차량등록번호를 통해 해당 차량의 보험사고 이력을 제공한다.

직접 차량의 상태를 체크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차체 사이의 고무 몰딩에 페인트 흔적이 있거나 차체에 페인트 가루 등이 날린 흔적이 있다면 재도장된 차량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도장이 이뤄졌다면 대형 사고 차량일 가능성이 높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보닛,도어,트렁크 등의 연결 부위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결부위의 볼트에 작업 흔적이 있다면 교환을 의심해야 한다. 차체의 고무 몰딩을 뜯었을 때 불규칙한 용접 흔적이 있을 경우에도 사고차량을 의심할 수 있다. 창유리에 부착된 제조일자와 규격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글로비스 자동차경매장 부장 rjs3762@glovi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