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4종을 연달아 출시할 겁니다. 전기차를 르노의 핵심 경쟁력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

프랑스 르노의 필립 클랑 수석 부사장(사진)은 이달 초 파리모터쇼가 열린 포르트 베르사이유 전시회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직급으로 따지면 부회장급으로,르노그룹 서열 3위다.

클랑 부사장은 전기차 모델로 "르노삼성의 뉴 SM3를 기반으로 한 플루언스와 소형 밴인 캉구를 먼저 출시하고 뒤이어 다른 혁신적인 소형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2012년엔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한 출퇴근용 전기차 '조이(ZOE)'를 선보이기로 했다.

클랑 부사장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선 높은 가격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각국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르노그룹의 전략적 파트너인 닛산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해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미국에선 이미 제품을 시판 중이지만 가격 대비 가치를 따져볼 때 전기차값이 여전히 비싸다는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는 매일 50~60㎞ 정도 단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지 모든 소비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게 클랑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2020년 전기차 점유율이 10%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나머지 90%는 현존 내연기관 기술을 발전시키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에 1.6ℓ급 경유차를 추가하는 데 이어 2012년 차세대 소형 엔진을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클랑 부사장은 한국에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한국 정부와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배터리 충전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뉴 SM3 경유모델을 출시할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그는 "한국은 경유 엔진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단계에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클랑 부사장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증설 문제에 대해 "현재 생산대수를 시간당 64대까지 끌어올린 상태"라며 "중 · 장기적으로 증설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