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유동성 랠리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6일 코스피지수는 1.33%(25.01포인트) 오른 1903.95로 마감했다. 2007년 12월27일(1908.62) 이후 2년10개월 만에 처음 1900선(종가 기준)을 돌파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통화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강세인 이머징 증시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올 들어 14조원 '사자'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519억원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지난달 10일 이후 16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120포인트 밀어올렸다. 이 기간 사들인 금액은 5조9865억원(일평균 3741억원)에 달해,매수 강도는 작년 9월(14거래일,일평균 4129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한 달여 동안 외국인 주식매수 자금이 매일 3억달러 이상 유입돼 원 · 달러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올 들어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이날까지 14조533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순매수(32조3904억원)를 더하면 최근 2년간 외국인이 사들인 국내 주식은 46조9237억원으로,2005년부터 4년간 팔아치운 금액(72조914억원)의 65%에 달한다.

외국인의 왕성한 '사자'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대비 13.14% 급등했다. 인도네시아(41.72%) 칠레(34.02%) 인도(16.85%) 남아공(14.87%) 등에 이어 세계 41개 증시 중 9번째로 상승률이 높다.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국가들이 대부분 원자재를 수출하는 개도국인 점을 감안하면 비(非)자원국인 한국의 선전이 더욱 돋보인다. 정보기술(IT)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인 대만의 주가 상승률이 1%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 상장사는 외국인 차지

지난해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열풍 때는 전기전자와 금융주에 외국인 '러브콜'이 집중됐지만 올해는 운수장비와 화학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주요 종목들의 외국인 보유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47.71%이던 외국인 보유비중이 49.63%로 올랐고,현대차는 36.40%에서 41.38%로 4.98%포인트 뛰었다. 현대모비스 기아차 LG화학 SK에너지 등도 외국인 보유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반면 포스코 KB금융 한국전력 등은 외국인들로부터 외면받아 주가 흐름도 지수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적으로 풀린 대규모 자금이 딱히 갈 곳이 없고,내년 상장기업들의 순익이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수에 따른 유동성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성장성 가장 뛰어난 시장"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들은 성장성이 높은 이머징 증시로 옮겨타고 있다"며 "한국에 대규모 유동성이 유입되는 이유도 주요 국가들 중 성장성이 가장 뛰어난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이후 선진 증시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펀드에서는 122억달러가 빠져나갔지만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로는 총 331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달부터는 한국과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해외자금 유입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는 양상이다.

자금의 쏠림현상에 따른 부작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주가 하락과 함께 자금 유출이 가속화돼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기업이익 증가율이 올해보다 둔화될 수 있다는 점도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