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절상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잇달아 위안화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태국 중앙은행이 외환 다변화를 위해 위안화 표시 채권 매입을 승인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행보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외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지난달 말레이시아에 이어 태국이 두 번째다. 가치 변동이 심한 달러화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안화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수차다 키라쿨 태국 중앙은행 부총재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위안화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위안화가)기축통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태국의 위안화 채권 매입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남겨놓은 상태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위안화 무역결제 적용 지역을 확대한 데 이어 8월에는 외국 은행들의 중국 내 채권 시장 투자를 허용했다. 위안화 거래를 촉진시켜 국제사회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최근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매입했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앞서 보도했다.

홍콩에서 위안화 예금도 급증하고 있다. 1일 홍콩 금융관리국에 따르면 8월 홍콩 내 위안화 예금은 전월 대비 25.8% 증가한 1304억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 처음 위안화 은행 계좌를 허용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예금 증가폭도 2008년 4월 이후 가장 크다. HSBC와 씨티그룹,스탠다드차타드 등 민간은행들도 위안화 결제 서비스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리 미노루 미쓰비시UFJ증권 매니저는 "중국이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외환보유액을 위안화로 다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