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3분기(7~9월) 실적이 예상을 밑돌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3분기 결산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행권 PF 대출의 고정이하 여신(NPL)은 3조원가량 늘어나고 은행들은 3분기에만 5000억원 안팎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별로는 부동산PF대출이 많은 우리은행과 농협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 농협,충당금 1500억원 추가 적립

부동산 PF 대출은 국민 · 우리은행과 농협이 각각 8조~9조원 정도로 다른 은행에 비해 많은 편이다. 우리은행과 농협은 이번 PF대출 여신 분류 기준 강화로 각각 1500억~2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당초 3분기에 50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충당금 추가적립으로 순이익규모가 3000억~35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분기 중 153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농협도 충당금 부담으로 인해 실적이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PF대출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2분기에 충당금을 많이 쌓은 덕분이다. 국민은행은 2분기에만 1조4907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 중 약 9000억여원이 부동산 PF와 관련된 것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PF사업장을 실사해 은행 자체 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쌓고 있다"며 "자체 기준이 금감원 기준보다 더 보수적이어서 자체 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3분기에 당기순이익이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PF대출을 보수적으로 관리해 추가 충당금 적립액이 300억~4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분기(5886억원)와 비슷한 5000억~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은 부동산 PF대출 규모가 2조원 남짓에 불과하고 연체율도 1%대로 낮기 때문에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PF 여신분류 기준 강화

금감원과 은행들이 합의한 '은행 부동산 PF 사업성평가 및 건전성분류 세부원칙'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총 1000개를 웃도는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해 '양호-보통-악화 우려' 등 세 단계로 구분해야 한다. '양호' 사업장에 대한 PF대출은 정상 여신으로,'보통' 사업장은 요주의 여신,'악화우려' 사업장은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사업성과 시공사,두 가지 중 한 가지만 양호하면 정상 여신으로 봤지만 앞으로는 두 가지 중 나쁜 것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방침이다.

'양호' 사업장의 기준은 △연체가 없고 분양률이 60% 이상인 사업장 △최대 예상 손실이 원리금의 10% 이내인 사업장 △대출이 이뤄진 지 1년 이내인 사업장 등이다.

'악화우려' 사업장은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사업이 처음 일정보다 2년 이상 지연되고,1년 내 정상화될 가능성이 없는 사업장 △은행들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워크아웃 또는 퇴출 대상인 C등급 이하를 받은 건설사가 시공사로서 보증한 사업장 등이다.

당초 은행들은 '악화우려'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하되 충당금을 요주의 여신 기준의 최대치(19%)로 쌓자고 제안했다.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면 충당금을 20% 이상 쌓아야 할 뿐만 아니라 부실여신비율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 건전성에 중점을 두고,부실화된 사업장에 대한 대출은 고정이하로 분류해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방침에 따라 기준이 크게 강화됐다.

정재형/이태훈/이호기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