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야심작 구글TV의 미국 출시일을 다음 달 12일로 확정했다. 구글TV는 PC처럼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TV다. 소니는 이 제품을 앞세워 삼성에 빼앗겼던 세계 TV시장의 패권을 되찾아오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초 가장 먼저 스마트TV를 선보인 삼성전자에 이어 소니가 가세함에 따라 스마트TV 전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2위 TV업체인 LG전자도 내년 초 첫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기로 했다.

세계 TV시장을 이끌고 있는 3사의 스마트 전쟁 전략이 제각각이어서 누가 차세대 TV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소니

씨넷 등 외신들은 소니가 다음 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미디어 행사를 갖는다고 27일 보도했다. 소니는 초청장에 '세계최초의 인터넷TV'라는 문구를 넣어 구글TV의 검색기능을 내세웠다.

소니가 내놓을 구글TV는 PC와 흡사하다. 실시간 방송 시청 중 버튼을 누르면 반투명 형태의 메뉴창이 뜬다. 여기에는 가장 많이 찾은 사이트,즐겨찾기,TV 가이드,애플리케이션,소니추천 등 메뉴가 있고 화면 상단에는 검색창이 있다. PC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 놓은 셈이다. 'TV는 거실용 PC로 진화할 것'이라는 게 소니와 구글의 생각이다.

구글TV 메뉴 중 주목해야 할 것은 '소니 추천'이라는 항목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인터넷으로 영화,방송 등의 동영상을 볼수 있는 '큐리오시티'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 큐리오시티는 소니가 직접 만든 것으로 애플의 아이튠즈와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소니는 큐리오시티와 음악관리 서비스인 '뮤직 언리미티드'를 통해 아이튠즈를 넘어설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OS,브라우저,앱스토어 등의 소프트웨어는 구글 것을 빌려 쓰지만 콘텐츠시장은 소니가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소니가 워너브러더스,디즈니 등과 극장 개봉과 동시에 집안에서 TV,셋톱박스,게임기 등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협상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니가 TV의 50% 이상을 외주 제작으로 돌린 것도 하드웨어 회사에서 콘텐츠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려는 신호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삼성 '앱스토어',LG는 'UI'로 승부

삼성의 생각은 다르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거실에 PC 한 대를 더 놓는다고 가족들이 좋아할지 의문"이라며 "TV가 똑똑해지는 것은 맞지만 복잡한 키보드를 사용하는 PC 형태가 아니라 원하는 콘텐츠를 편리하게 보면서 각종 가전제품도 관리하는 홈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PC처럼 변해갈 것이라는 소니의 전망과는 상이하다.

삼성의 전략은 소니와는 차별화되는 철저한 개방형이다. 삼성은 영화,음악,동영상 등의 콘텐츠는 각국의 대표 업체와 제휴해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모든 사업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와 좋은 기능을 갖춘 삼성TV를 통해 고객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접점이 삼성TV에 들어가 있는 독자적인 앱 거래 장터인 '삼성앱스'다. 세계 최고의 TV와 앱스토어 인프라를 만들어 놓고 누구나 와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삼성의 전략인 셈이다. 이런 개방전략을 통해 질 좋은 콘텐츠를 더욱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윤 사장의 생각이다.

삼성은 또 외주 중심으로 제조 전략을 바꾼 소니와 달리 99%의 제품을 내부 생산하고 있다. 콘텐츠를 감상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TV의 품질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 초 스마트TV를 내놓을 LG전자의 전략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강신익 LG전자 사장은 "TV에 인터넷이 접목되지 않으면 외면받겠지만 PC처럼 너무 사용성이 복잡해져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가 강조하는 차별화 포인트는 편리한 사용자환경(UI)이다. 최근 첫 공개한 LG 스마트TV는 실시간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앱스토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 화면에서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강 사장은 "차별화된 UI로 스마트TV 시장 주도권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