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괴롭다. 과거 활황기에는 투자한 만큼 눈에 보이는 마케팅 활동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범람하는 아이디어 속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기막힌 광고를 내놔도 매출 그래프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비자 니즈와 기술 트렌드가 하루하루 복잡하게 변해감에 따라 시장과 고객이 급속히 세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1 대 1 타깃 마케팅이나 트위터 등을 활용한 소셜미디어 마케팅,매장 판촉 중심의 쇼퍼 마케팅 등 마케팅의 영역 또한 세분화 · 전문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목표 고객군(群),마케팅 기법,마케팅 예산 등 CMO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변수도 크게 늘고 있다. 예산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규제도 강해지고 있다. 특히 마케팅 활동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그 성과를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CMO로서는 주요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마케팅 예산 투자에 대한 정당성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마케팅 비용 · 성과에 대한 가시성 확보

마케팅 투자수익률(ROI)을 제고하고 경영진과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마케팅 레버(marketing lever)'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목표로 하는 시장과 고객군에 대해 마케팅 전략 및 전술의 유형별로 예산을 얼마나 집행했는지,또 그 결과 매출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분석함으로써 목표 시장 및 고객군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재무회계에서 지정한 계정과목 단위로만 마케팅 비용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 조직 내에서도 개별 마케팅 프로그램별로만 예산을 관리하는 데 그치거나,다양한 마케팅 활동의 성과에 대해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실태다.

이런 상태로는 어느 목표 시장 및 고객군에 어떤 마케팅 목표를 설정하고,어떤 전략과 기법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벌였는지,또 비용은 어떤 계정과목으로 얼마나 집행했는지,비용 대비 성과는 얼마나 거뒀는지 그 모든 과정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목표 시장이나 고객군의 매출이 증가 또는 감소했을 때 이를 견인한 동인(動因),즉 마케팅 레버를 찾아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마케팅 비용 집행에 대한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군과 마케팅 활동의 두 가지 주요 변수에 대한 '활동 기준 비용관리 체계(ABC=activity-based costing)'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 및 전술,마케팅 기법과 매체 활용 방식을 활동 요소로 표준화해 관리하고,비용 집행시 어느 고객군을 대상으로 어떤 마케팅 활동을 수행했는지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전사적인 마케팅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 · 전술 관련 표준 계층구조 정립

그렇다면 전사적인 마케팅 가시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실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본사 차원의 전략 수립에서부터 사업부의 프로그램 실행,신상품 브랜드 출시,매장 판촉 관리까지 그 목표와 수준,수행 조직 등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전사 마케팅 전략에서부터 현장 마케팅 프로그램의 실행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 마케팅 전략 및 전술의 계층구조(hierarchy)를 표준화하는 한편,마케팅 용어와 개념을 전사적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CMO는 마케팅 전략 및 전술의 표준 계층구조에 따라 예산을 활동 기준 원가로 환산,목표 시장 및 고객군에 대해 추적 관리하고 마케팅 활동의 성과 지표와 비교함으로써 마케팅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전사적 마케팅 자원 관리의 체계화된 틀을 구축할 수 있다.

'전사적 마케팅 자원 관리 프레임워크'의 운영은 마케팅 목표와 전략 및 전술의 하향식(top-down) 공유와 마케팅 활동의 실행 및 성과 측정에 대한 상향식(bottom-up) 집계라는 양방향 접근을 원칙으로 한다. 전사적 마케팅 계획과 예산,핵심성과지표(KPI) 등을 정의해 모든 마케팅 관련 조직들이 공유하도록 하며,활동 기준의 마케팅 비용 집행,매출 발생 현황,마케팅 성과목표 달성 현황은 판매 현장에서 본사로 집계되도록 한다. 이 같은 접근을 통해 목표 시장 및 고객군별로 효율적인 마케팅 레버를 파악하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이처럼 전사 마케팅 자원 관리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마케팅 자원의 투자와 수익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매출 증감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해 마케팅 레버를 파악하고,이 모든 정보를 '마케팅 대시보드(marketing dashboard)' 형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줄 수 있다.

CMO로서는 우선 일관된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전사 마케팅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마케팅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으며,마케팅 예산에 대한 정당성을 조직 내외부에 합리적으로 설득하거나 단기적 매출 변동에 따른 외부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채호석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