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기 제조업계의 양대 산맥인 보잉과 에어버스가 6년을 끌어온 분쟁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5일 미국 정부가 자국 보잉사에 지급한 보조금이 '불공정 지원'이라며 유럽연합(EU)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예비판정을 미국과 EU에 전달했다.

◆WTO '보잉 불법보조금' EU 손들어

WTO가 EU와 미국에 전달한 750쪽짜리 예비판정문은 보고서 전문이 발간될 때까지 비공개다. 그러나 유럽은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교통부는 "WTO 분쟁패널의 결론은 보잉이 미국 정부의 불공정 보조금을 수령하는 등 부당한 특혜를 누렸다는 EU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발표했다.

EU는 보잉이 미 정부의 세금 면제,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의 연구 · 개발(R&D) 지원 명목 등으로 237억달러 상당의 부당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예비판정에 대해 존 클랜시 EU집행위원회 무역분과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항공업체 보조금을 둘러싼 대서양 양안의 갈등 해소를 위한 협상에 나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4년 미국이 EU를 제소하면서 시작된 분쟁은 24시간 만에 곧바로 EU가 미국을 맞제소하며 '장군멍군'식 싸움이 됐다. 석 달 전 WTO는 에어버스가 EU 회원국 정부로부터 저리 대출,기간시설 및 R&D 지원 등으로 받은 수십억달러의 보조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 판정을 내놓았다. EU는 즉각 항소했고,미국 역시 WTO의 판결이 자국에 유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EU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미국은 EU가 에어버스 여객기 개발 보조금을 끊을 때까지 양대 항공기 제작회사 간 협상에 응하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태생적 앙숙, 보잉과 에어버스 6년 분쟁

전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 규모는 향후 20년간 3조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1970년 출범한 에어버스가 맹추격하기 전까지만 해도 100년 역사의 보잉은 민간 항공기 제작 부문에서 독보적 존재였다. 그러나 보잉은 프랑스와 독일,영국,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에어버스에 밀리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잉은 민간 항공기 5927대를 주문받았지만 같은 기간 에어버스는 6452대를 수주했다. 에어버스가 2007년 보잉747보다 승객을 배나 더 태우는 A380 비행에 성공하자 보잉은 연료 효율을 높이고 첨단 탄소소재를 채택한 드림라이너로 맞불을 놓았다. 드림라이너는 내년 1분기부터 정식 인도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