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도 않는데 한번 빌려줘 봐?"

1998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당시 웅진코웨이 사장)이 창고에 수북이 쌓여 있는 정수기 제품 상자들을 보면서 이 생각을 했을 때만 해도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웅진코웨이 제품 사용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렌털사업'이 전국 시 · 도는 물론 산간벽지와 울릉도 등 도서지역까지 회원을 확대하며 생활가전 시장의 절대강자 자리를 굳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생활가전 렌털사업 1위 업체인 웅진코웨이가 15일 회원 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2006년 400만명을 넘어선 지 4년 만이다. 정수기 회원 수는 300만명에 육박하며,연수기 · 비데 · 음식물처리기 회원 수도 함께 늘고 있다. 4인가구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웅진코웨이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1998년 매출 305억원,영업이익 30억원이던 웅진코웨이는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신기록을 경신하며 매출 1조4119억원,영업이익 2043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국내 인구의 절반 수준인 2000만명이 웅진코웨이 제품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장지배력을 확고히 굳혔다는 점 외에 다른 제품 판매를 위한 전국 단위 영업망이 완전히 갖춰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털제는 특성상 일단 회원을 확보하면 매월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데다 필터 교환 등을 통해 추가 판매도 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웅진코웨이 코디가 영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방문판매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일단 집안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다는 것"이라며 "코디는 사후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면서 친밀도와 신뢰성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다른 제품 판매를 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리점 방식의 영업망이 갖지 못한 큰 장점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웅진코웨이 경기도 포천지점의 최정임 코디는 렌털제를 활용한 방문판매의 장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 코디의 지난해 수입은 1억5000만원. 한 달에 신규 렌털회원을 40명 정도씩 추가로 확보한 데다 이와 별도로 비데, 음식물처리기 등을 1억원어치나 팔았다.

최 코디는 "고객을 방문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고객이 먼저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가전업체인 드롱기가 웅진코웨이 방문판매망을 이용하기 시작한 데 이어 일본 화장품 SK-Ⅱ가 판매망 이용을 협의하는 등 해외 기업들이 웅진코웨이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웅진코웨이의 강력한 소비자 네트워크 덕분이다.

웅진코웨이는 최근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내 1500명의 방문판매인력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화장품 방문판매인력과 1만3000명의 코디 간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