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는 어떤 물질이 외부의 자극을 받아 변형됐을 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성질을 '복원력(resilience)'이라고 정의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외상(外傷)이나 위기 상태를 극복하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물리학과 심리학의 용어였던 '복원력'이 최근 경영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떠올랐다. 경영학에서 복원력은 역경에 처한 기업이 스스로의 역량을 재창조함으로써 재도약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이 높고 위기가 일상화된 현대 경영환경에서는 위기 예측 · 회피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위기를 피하려 하기보다는,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복원력이 강한 기업의 조건은 창의성 · 기동성 · 다양성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창의성은 복원력의 전략적 기반으로 위기에 처한 원인을 파악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존의 사업모델이나 전략을 점검해 효력을 잃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소형차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데도 대형차 위주 사업모델을 고집하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위기를 겪으면서 친환경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기동성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역량을 신속하게 재배치하고 이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능력이다. 위기 시에는 무엇보다 빠른 실행 속도가 중요하다. 조직의 속도는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실행 속도로 구분할 수 있는데,이 중에서도 기동성의 핵심은 의사결정 속도다. 실행 속도가 빨라도 의사결정이 늦어져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맥도날드는 2000년대 초반 웰빙 열풍으로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악화한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맥도날드는 웰빙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커피 전문 매장인 맥카페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매출을 회복했다.

다양성은 사업 및 인력구조 등서 복합적 특성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다양한 자원을 가진 기업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고 환경 변화에 탄력 있게 대응할 수 있다. 펩시는 사업구조의 다양성을 유지,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했다. 콜라 시장서는 1위 코카콜라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1998년 트로피카나,2001년 퀘이커오츠를 인수하면서 비(非)탄산 음료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코카콜라를 앞질렀다.

복원력이 강한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도요타는 1950년대 초반 노사분규를 극복하면서 모범적인 노사관계 모델을 정립했고, IBM은 1990년대 초 개인용 컴퓨터(PC)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딛고 솔루션업체로 재탄생했다. 다른 방식을 찾아낼 수 있는 창의성,빠른 실행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동성,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갖춘 기업만이 강인한 복원력을 통해 위기가 일상화된 경영 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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