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야당인 공화당이 부유층 감세 연장안을 놓고 대립해온 가운데 세금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 결정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최근 조사 결과 소기업의 22%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금'이라고 응답했다. 1년 전 같은 응답은 19%였다. 판매 부진이 문제라고 답한 기업이 29%로 가장 많았지만 1년 전 34%에 비해선 줄어들었다. 소기업 오너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세금정책 때문에 고용과 투자를 미룬다고 응답했다.

◆"세금정책 불확실성에 투자 미뤄"

시장에서도 내년에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이 오를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일부 회사들이 내년 세금 인상에 대비해 올해 배당을 대폭 늘렸다. 부동산투자신탁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웨이어하우저는 연내 56억달러 규모의 주식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제약회사인 워너칠코트는 주당 8.5달러씩 이례적인 고배당을 위해 20억달러를 차입했다. 투자자문사들은 자본이득세 인상에 대비해 가치가 오른 자산은 서둘러 팔 것을 조언했다. 뉴욕 소재 컨스털레이션 웰스어드바이저스의 샘 카츠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현할 이익이 있거나 다변화해야 할 자산이 있으면 연내에 매각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 때 도입돼 올 연말 종료되는 감세안의 연장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부시 정부는 2001년 연소득 20만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미만 중산층과 2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를 단행했다. 2003년에는 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에 대해서도 감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에 대한 감세는 연장하지만 고소득층에 대한 혜택은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이 경우 고소득층에 대한 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는 현재 15%에서 20%로 인상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고소득층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일반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최고 39.6%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부유층 감세 연장 양보할 수도"

공화당은 중산층뿐 아니라 고소득층까지 포함하는 감세 혜택 연장을 주장한다. 그러나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가 12일 CBS방송에 출연해 "중산층에 대해서만 연장하는 게 유일한 선택이라면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과 타협 여지를 내비쳤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부유층은 보수적이어서 어차피 공화당을 지지할 테니 타협의 자세를 보여 폭넓은 무당파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하원의장을 지낸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는 "일단 절충해준 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면 다시 부유층 감세를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상위 2%의 재산 보호를 위해 미국 아이들의 돈 7000억달러를 차용하는 것과 같다"며 반대했다.

박성완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psw@hankyung.com


◆ 자본이득세

capital gains tax.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기업지분 등 자본자산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도 일종의 자본이득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