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아이아코카(86) 등 크라이슬러 전 · 현직 임원 450명이 한때 이 회사를 사들여 경영했던 독일 자동차 회사 다임러AG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퇴직금 계정 관리를 소홀히 해 퇴직수당 수령액이 크게 줄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3일 AFP통신에 따르면 크라이슬러 전 · 현직 임원들이 다임러A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퇴직금 청구금액은 총 1억달러에 달한다. 원고에는 크라이슬러 전 회장 리 아이아코카도 포함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이아코카 전 회장은 1979년 정부의 15억달러 구제금융 지원을 성사시키는 등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 위기에 처한 크라이슬러를 세계적 회사로 발돋움하게 만든 전설적 경영자로 통한다. 그는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기 전인 1992년 퇴직했다. 다임러는 미국 자동차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1998년 360억달러에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 크라이슬러는 당시 포드 GM과 함께 미국 3대 자동차회사로 꼽혔다.

셀던 밀러 원고 측 변호사는 "다임러가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만들어진 크라이슬러 새 법인에 퇴직 계정을 제대로 인계하지 않아 원고들이 그만큼의 퇴직금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이 일부 부담하는 퇴직수당 계정을 끝까지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다임러 측 대변인은 그러나 "아직 소장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AFP는 전했다.

원고들은 다임러로부터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사모펀드인 서버러스도 배상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에 따르면 이들은 소장에서 "서버러스는 정부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회사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퇴직금 계정을 채권자들에게 넘겼거나,혹은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그러나 크라이슬러에 대해서는 소송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전 직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밀러 변호사는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은 모두 크라이슬러를 사랑하며 크라이슬러의 부활을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크라이슬러 새 법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원고들과 똑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선례를 남기는 것도 이번 소송의 목적 중 하나라고 그는 전했다.

한편 벤츠 제조사로 잘 알려진 다임러는 미국 자동차 산업 퇴조 등의 영향으로 2005년부터 실적이 악화되면서 2007년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에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74억달러에 매각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미 정부 주도하에 파산보호에 들어간 이후 이탈리아 피아트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