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란 제재조치가 발표된 8일 강신형 해외건설협회 중동담당실장은 "당장의 손실도 손실이지만 유망시장으로 급성장한 이란,더 나아가 중동 전역에서 사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이 지난달 초 '(이란 국민) 누구도 한국 제품을 살 수 없도록 높은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강도 높은 보복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KOTRA는 "이란은 중동 제1의 수출시장으로 교역 중단으로 올해 무역수지에 20억달러 정도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조선과 플랜트 업종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자동차,철강,자동차부품,합성수지 등도 수출 중단 장기화로 손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들의 혼란은 더욱 컸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 가운데 이란 수출비중이 50%가 넘는 기업 279개 중 중소기업이 277개에 달한다.

건설업계는 앞으로 '노다지'로 불릴 만큼 시장전망이 좋은 중동 수주가 급락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란에서 신규 수주하는 것은 물 건너 갔고 진행 중인 공사조차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이란에서 24억9201만달러를 수주,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리비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실적을 올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이란에서 6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총 15억달러 규모로 앞으로 받아야 할 돈(수주 잔액)만 8억6000만달러다. 대림산업은 진행 중인 공사는 계속 추진할 계획이지만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조선업체들은 선박 발주사인 이란 국영해운회사(IRISL) 등이 금융제재 대상으로 분류돼 이란에서 신규 수주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수주한 유조선을 건조 중인 현대미포조선은 선박 인도와 관련한 자금결제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포스코와 현대 · 기아자동차는 각각 철강재와 자동차 수출을 전면 중단,당분간 이란 수출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들이 이란에 수출한 철강재는 총 5억7000만달러 규모다. 현대 · 기아차는 지난 7월부터 대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선적을 중단한 데 이어 일부에서 거론하는 현지법인을 통한 우회 수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 · 기아차는 이란에 지난해 1만3000여대의 완성차를 수출했고 올 상반기에만 1만7000여대를 팔았다.

가전과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당장은 교역을 이어갈 수 있지만,이란의 보복조치가 본격화하면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등은 중국과 동남아 공장에서 생산한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이란에 수출,이번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이란 수출에 대한 미국 등의 부정적 시각이 크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란의 보복도 걱정"이라고 전했다.

김수언/김재후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