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 체제로 움직이는 인도 재벌가들이 경영능력 비판을 잠재우고자 일찍부터 '후계수업'을 시작하거나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인도 최대 이동통신업체 바르티 에어텔(Bharti Airtel)의 수니 미탈 회장은 투자은행 JP모건 카제노브에서 통신분과 분석가로 근무하던 아들 슈라빈(23)을 최근 자회사 바르티 에어텔 인터내셔널의 관리직에 임명했다.

미탈가(家)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업체 위프로(Wipro)의 아짐 프렘지 회장도 하버드대를 나온 아들 리샤드(33)를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앉히는 등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 후계자를 양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족 밖에서 인재를 영입하려는 기업도 눈에 띈다.

창립 이래 142년간 타타 집안이 경영해온 타타그룹은 라탄 타타 현 회장의 후계자를 외부에서 고를지도 모른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인도 2위 IT업체 인포시스도 설립자 겸 회장 나라야나 무르티를 이을 인물을 찾고자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에 따르면 인도 센섹스(Sensex)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업체가운데 17개사가 2007년 현재 가족경영 체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에는 지난 3년간 미미한 변화만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인도 재벌기업의 이같은 변화는 '기업의 가족 소유=부실경영'이라는 지적이 그간 꾸준히 나온 데 따른 재계 차원의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은행업계에서는 이들 재벌가문이 경영하는 기업은 이사회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소유주에 종속하는 경향이 있어 소액주주들의 이익보호를 거의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곤 했다.

컨설팅업체 에른스트 앤드 영의 협력사인 마네시 파텔은 전문경영인이 회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으면 가족경영 체제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고 주주 이익에는 온 힘을 다하지 않는 '대리인 위험(agency risk)'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