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면화 가격이 1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뉴욕국제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면화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91.80센트로 1995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면화값은 올해 들어 약 20% 오르며 급등세를 타고 있다.

면화 가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주요 면화 생산국들의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세계 4위 면화 산지인 파키스탄은 가을 수확철을 코앞에 두고 지난달 극심한 홍수 피해를 입었고,그리스와 브라질 등지의 면화 작황도 예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면화의 약 30%를 생산하는 중국도 최근 홍수와 산사태로 경작지가 대량 유실되면서 올해 공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면화 수출국인 인도는 작년에 최악의 가뭄사태를 맞아 면화 생산이 줄자 자국 내 수요에 맞추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면화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수요 증가로 면화 재고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급등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올해 세계 면화 재고량은 전년 대비 4.1% 감소한 4561만베일(1베일=218㎏)로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5년째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

국제면화자문위원회(ICAC)는 "신흥국에서 청바지 등 면화 소재를 사용하는 의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세계 면화 수요가 올해 2%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화값 상승랠리를 틈타 투기 세력도 기승을 부린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뉴욕국제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투기적 수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면화 매수 계약은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에만 4만7599계약으로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FT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 같은 면화가격 고공행진이 2년 전 면화 파동 우려를 상기시키고 있으며,향후 의류 가격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08년 3월14일 면화 가격이 파운드당 70센트에서 장중 1달러를 돌파한 적도 있다. 당시 면화 재고는 40여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고 국제적인 공급량도 충분했지만 투기세력들이 가세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면화 수확철을 맞게 되면 가격 폭등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면화 수확분이 시장에 출하되기 전까진 면화값 급등세가 지속될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