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페루가 지난 30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마르틴 페레스 페루 통상관광부 장관은 이날 통상장관회담을 갖고 FTA 협상 타결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양국은 상품과 무역구제 투자 지식재산권 경제협력 등 경제 · 통상 분야에서 25개 장으로 구성된 협정문에 합의했다. 오는 11월 가서명과 내년 초 정식 서명을 거친 뒤 내년 7,8월께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 페루 FTA 협상 타결은 2004년 4월 협정이 발효된 칠레 이후 추가 타결이 없었던 중남미 지역에서 새로운 수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페루는 '자원의 보고'로 불릴 만큼 구리 아연 주석 등이 풍부해 자원 확보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내용 면에서 여러모로 칠레 FTA보다 한국에 유리하다"며 "자동차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유리한 부분 많아

양국이 타결한 협정문은 상품과 무역구제 투자 지식재산권 등 25개 장으로 구성됐다. 오는 11월 협정문에 가서명하면 내년 발효가 예상된다.

우선 상품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협정 발효 후 10년 이내에 '교역하고 있는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페루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현행 관세 9%)에 대해서는 3000㏄ 이상 대형차 관세를 협정 발효 뒤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1500~3000㏄ 중형차는 5년 내,기타 승용차는 10년 내에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컬러TV(9%)도 협정 발효와 함께 관세가 사라진다. 세탁기(17%)와 냉장고(17%)는 각각 4년,10년 내에 관세가 없어진다. 농수산물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사정이 고려돼 쌀 쇠고기 고추 마늘 등 107개 품목이 협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타 202개 민감한 농수산물도 10년을 초과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수산물 수출이 많은 페루의 관심 품목인 오징어(10~22%)는 수입액이 큰 냉동 또는 조미 오징어에 붙는 관세를 10년 내에,기타 오징어는 5~7년 내에 없애기로 했다. 페루에서 수입되는 커피(2%)는 협정 발효와 함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FTA 협정에 따른 관세 철폐로 특정 상품에 심각한 피해가 났을 때 관세를 다시 올릴 수 있는 '양자 세이프가드'도 도입됐다. 닭고기 치즈 천연꿀 등 민감 농산물에 대해서는 정해놓은 수입 물량을 초과할 경우 별도의 세이프가드를 적용한다.

서비스 부문과 관련,한국은 전기 가스 통신 등 기간사업에 대한 규제 권한을 그대로 갖지만 페루는 개방하기로 했다. 지식재산권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한국은 협정 발효 뒤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여러모로 한국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국은 또 2년 내 수산 협력 약정을 체결하기로 노력하고 에너지 · 광물자원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최대 수혜

가장 큰 혜택을 볼 품목은 자동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자동차는 현재 페루시장에서 약 23%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FTA가 적용돼 관세가 없어지면 경쟁력이 높아져 10% 이상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 8.3%의 가격인하 요인이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KOTRA 관계자는 "올 들어 7월 말까지 1억9700만달러를 수출하면서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한 자동차가 최대 수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완성차 판매 증가에 따라 자동차 배터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의 경우 LCD TV 등 고가 제품 위주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멕시코 브라질 등 제3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칠레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수출확대 효과는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고가품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LG전자 관계자는 "페루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정도의 규모는 안 되지만 국내 업체들이 충분히 공을 들일 만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KOTRA는 중장비부품,철강판,섬유직물 · 염료,플라스틱 제품,농약 및 의약품 등의 수혜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페루 자원개발 분야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진출 전망도 밝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자원 운송과 관련된 가스 파이프라인 설치 공사나 항구개발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페루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인 일본을 앞질러 시장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