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이색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식형 펀드 투자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증시 주변에 머물다 매력적인 투자처만 보이면 쏠림현상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골드오션선박특별자산 1호'는 판매가 시작된 지난 27일 오전 9시부터 5시간 반 만에 모두 팔렸다. 기관투자가 물량을 따로 배정하지 않았는데도 총 920억원의 모집 한도가 순식간에 차버렸다. 6개월마다 연 8.0% 수준(세전)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선박 매각 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요인이었다.

김영민 하이투자증권 압구정지점 자산운용부장은 "판매 전날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쳐 빨리 방문하라는 안내전화를 돌릴 정도였다"며 "판매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더 살 수 없느냐''2호 펀드는 설정 안 하느냐'는 등 자산가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조6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토지수익연계채권도 판매를 시작한 지난 27일 이후 3거래일간 94%인 2조45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판매 첫날에만 2조4000억원이 소화됐다. 김대현 우리투자증권 압구정웰스매니지먼트센터(WMC) 차장은 "연 4.72%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고 나중에 토지매각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밝혔다.

주식형 펀드 환매 와중에도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 펀드로 전환하는 '삼성신수종산업목표전환형' 펀드에도 돈이 몰렸다. 단위형(일정 기간만 판매하는 펀드)으로 출시된 이 펀드는 지난달 23~29일 813억원을 끌어모았다.

이 같은 자금 쏠림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데다 부동산 불황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저금리 속에 코스피지수마저 박스권을 횡보해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이 단기금융상품에 자금을 모아뒀다가 기회만 생기면 투자에 나선다는 의미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