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기로에 서 있다. 처지가 다른 16개 나라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데 따른 근본적인 문제가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다. 유로화가 과거처럼 세계 주요 기축통화의 한 축을 담당해 나갈지,아니면 분열과 소멸의 길로 향할지는 향후 1~2년이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스위스의 UBS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로화 시스템은 각국이 경제위기를 빠져나가는 길을 찾는 데 있어 곳곳에 지뢰가 매설돼 있는 교차로와 같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형태로는 장기적으로 유로화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며 유로체제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대안으론 유로존의 정치 · 경제적 통합이 더욱 긴밀하게 이뤄져 균질한 단일 경제체가 되는 방법과 변방국가들이 실질적인 환율 재평가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이 제시됐다. UBS는 전자의 경우 변방국가들이 뼈를 깎는 긴축을 통해 실질 노동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UBS는 변방국가들의 실질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경쟁력 회복을 위해 유로존을 3개 권역으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우선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재정이 안정되고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독일어권 국가와 독일을 핵심 유로존으로 따로 분리할 것을 추천했다. 경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유로존 기준에는 맞춰갈 수 있는 프랑스와 벨기에,이탈리아 등을 2그룹으로 분류했다. 유로존에서 문제되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가 나머지 그룹이다.

UBS는 단기적으론 유로화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동유럽 각국으로 유로화가 세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인데다 향후 3~5년 사이 유로체제를 흔들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