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강남만 바라볼때 용산 투자해 '짭짤'…부동산 시야 넓혀야
재개발이 되는 동네,뉴타운으로 지정된 구역,화젯거리가 되는 신축 주상복합건물….나는 부동산 투자자들을 솔깃하게 하는 정보가 들려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인은 "시세가 천정부지로 오르기 전에 매매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재촉하지만 재개발 이슈나 시세보다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부동산시장에는 국내 금융시장의 형편과 주식시장의 영향,건설사 중소기업 등의 경제사정이 얽히고 설켜 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0년대 초반,부동산시장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고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것은 수요가 많아서만은 아니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외국 투자자들의 돈이 유입되면서 국내 건설시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당시 주식시장도 점차 회복되고 있었고 원화 가치도 조금씩 상승했다.

4년 전 한국에 있을 때 투자경험도 소개할 만하다. 그때만 해도 여전히 부동산 투자처는 강남에 집중됐다. 하지만 강남은 거품이 껴있을 대로 껴있었고 더 이상 건물을 지을 땅도 없었다. 20년 된 아파트인데 재건축이란 재료 때문에 시세가 강북 아파트의 3배를 훌쩍 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강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때,나는 외국인 대상 주택임대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용산을 주목했다. 용산 곳곳을 탐방했으며 이태원과 한남동까지 시장조사를 다녔다. 이 과정에서 용산의 지형을 바꿔놓을 계획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용산에는 UN빌리지뿐 아니라 2007년 8월 용인 죽전으로 캠퍼스를 옮긴 한남동의 단국대 부지가 있다. 이곳에는 13만2000여㎡ 부지에 고급주택 630여채가 지어질 예정이었다. 미군기지가 이전하면서 267만㎡의 대규모 공원이 들어선다고 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대규모 녹지공원이 도심 한복판에 생긴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부동산 투자가치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호재다. 조망권도 강남보다 뛰어나다. 강남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북향이지만 용산에서는 남향이기 때문에 전망이 훨씬 아름답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공약 중 하나가 용산을 국제업무단지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국제무역센터,서울과 중국의 주요 뱃길을 잇는 국제여객터미널 등이 실현된다면 용산의 유동인구는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수요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부동산 경기침체로 용산역세권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그 때를 시작으로 부동산시장의 주도권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당시 나는 UN빌리지 안에 있는 330㎡ 짜리 H빌라를 사들였다. 이 빌라는 현재 30%가량 시세가 올랐으며 외국인에게 임대를 줘 월세도 꼬박꼬박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투자는 하나 하나의 호재에 기대를 걸고 목돈을 투자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관찰한 뒤에 직접 시장조사와 투자에 나서야 한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뉴욕과 마이애미,로스앤젤레스는 주(州)마다 부동산 정책이 다르고 로컬(현지)시장의 움직임이 다르다. 마이애미는 외국인 자본을 토대로 휴양지 비즈니스호텔이 성행하고 있다. 마이애미 현지에서 부동산 장사를 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다른 주에 살면서 마이애미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신 집을 관리해주는 에이전시가 많고 에이전시마다 계약 조건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 살면서 경기도 양평의 펜션 운영을 관리인에게 맡긴다는 얘긴데 그게 관리가 잘 될까?"라고 묻는다. 한국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애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곳이고 관리인 시스템으로 임대 관리가 충분히 잘 이뤄지고 있다. 현지에서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물론 이는 뉴욕이나 LA와는 다른 부동산 관리 방법이기도 하지만 마이애미에서 돈이 흘러다니는 메커니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관리 에이전시가 성행하고 그들과 계약조건을 잘 성사시키는 것이 투자 성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지금 나는 한국에 있을 때와 달리 더 긴장하며 세계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공부한다. 강남과 강북은 아무리 멀어도 차량으로 1시간 거리이지만 뉴욕과 마이애미,LA와 캐나다는 비행기를 타고도 4~7시간 걸리는 거리다. 멀리 떨어져있는 현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신문을 읽고,인터넷으로 그 지역 신문을 정독한다.

서브프라임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 경제 전문가들이 돌파구를 찾는지 대처방법도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환율과 월가의 움직임,요동치는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 지역의 부동산 역사를 알고 앞으로 호재가 될 만한 사실을 확인하고 금융시장의 흐름을 안다면 '돈이 될 만한 부동산'인지,'성공할 만한 사업 아이템'인지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