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UP 코리아 생산기술] (5·끝) 이론에 치우친 대학교육 개선…경험많은 '명장' 정년 연장해야
"현장 경험 없는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의 교수들이 책만 보고 생산기술을 가르치다 보니 신입사원들의 기본기가 엉망이다. "(고재규 기계금형 명장) "중소기업에는 박사급 인력은커녕 대학 나온 사람들도 많지 않다. 기술 인력이 부족해 생산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다. "(김종호 서울산업대 공대 학장) "생산기술 인력의 노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 "(권혁천 생산기술연구원 기술지원본부장)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의 생산기술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업종에 편중돼 있는 데다 '선수층'도 얇아 글로벌 시장 트렌드가 바뀌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

◆"기술 인력 양성 시스템부터 손봐야"

삼성전기 출신으로 대한민국 '기계금형 명장 1호' 타이틀을 갖고 있는 고재규 소닉스 상무(55)는 "인력과 자본이 달리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생산기술 격차가 10년에 달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일부 대기업뿐"이라고 꼬집었다.

고 상무는 "분야별로 대기업 이상의 기술적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지만 기술 융합이 안 되고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도 이루지 못해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강소기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론에 치우친 학교 교육도 도마에 올랐다. 고 상무는 "공대를 나온 신입사원들을 살펴보면 전문용어 몇 개만 알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실무를 시키려면 일일이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나 고등학교가 기업의 프로젝트를 더 많이 수행해 현장에 대한 감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명무실한 자격증 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기계 계통의 경우 책 한두 권만 읽으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며 "자격증 취득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자격증 보유자를 기업들이 믿고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험이 많은 '명장'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고 상무는 "국가에서 인정한 명장들도 만 55세가 되면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며 "이들을 정년 이후까지 고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조적 역량 키워야"


권혁천 본부장(54)은 "여전히 대부분 기업들이 선진국의 경쟁 업체를 '롤 모델'로 삼고 그와 유사하게 생산 시스템을 개선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며 "선진국 경쟁 업체들을 앞서기 위해서는 벤치마킹이 아닌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수준의 생산기술을 한두 가지 갖고 있는 업체들 중 상당수가 현재의 제품에 안주하고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보완해야 할 분야로는 정밀기술을 꼽았다. 권 본부장은 "정밀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수준은 일본의 80% 정도"라며 "이전보다는 격차가 많이 좁혀졌지만 불량률 면에서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호 학장(54)은 한국 기업들의 생산기술과 관련,"공정을 개선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역량이 뛰어나다"며 "선진 기술을 모방하던 수준에서 한 단계 발전해 독창적으로 기존의 기술을 개량하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완전히 새로운 컨셉트의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서기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