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무 배추 마늘 등 주요 채소값이 1년 새 최고 두 배 가까이 뛰었고 물오징어 건멸치 등 수산물 가격도 50% 이상 급등했다. 봄철 냉해,냉수대 형성 등의 이상 기후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선식품뿐만이 아니다. 국제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대표적인 기초 식품인 설탕값이 최근 인상됐고 밀가루값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동수 농수산물유통공사 과장은 "물오징어 고등어 등 생선류는 바닷물 이상 저온으로 어획량이 감소해 상품 등급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 한개 값이 2826원

4일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무 상품(上品) 1개 소매가격은 282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99.4% 급등했다. 그나마 대형마트 등의 할인행사로 가격이 낮아져 소매가격 상승률이 두배 정도에 머문 것이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인창수 서울 가락시장 과장은 "경락 가격을 기준으로 할 경우 무 값은 1년 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비싼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안정세를 보이던 배추 가격도 다시 불이 붙었다. 6월 초 강원도 고랭지 채소가 냉해를 입으면서 최근 가격이 크게 올라 작년 이맘때에 비해 70% 이상 비싸졌다. 김치 등 신선식품 제조업체와 요식업체에 필수적인 마늘값도 급등세다. 올 들어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경작 면적이 14% 이상 줄어들면서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77% 상승했다.

참외 복숭아 포도 등의 과일 값도 1년 새 25~30%가량 올랐다.

◆갈치 · 고등어 값 고공행진

대표적인 여름 생선인 물오징어 한 마리(농수산물유통공사 기준)는 2129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4.8% 상승했다. 최근 동해안 바닷물 온도가 낮아져 난대성 어류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김영철 강릉수협 판매과장은 "작년엔 1~2시간 정도만 배를 타고 나가도 어선 한 척당 8000마리 내외의 오징어를 잡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독도 근처까지 6시간 이상 배를 타고 가서 3박4일 이상 작업을 해도 4000마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작년 여름 오징어 20마리당 1만5000~2만원 선이던 경락 가격이 올해는 4만원 선으로 올라갔다고 김 과장은 전했다.

갈치와 고등어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GS수퍼마켓에 따르면 고등어 한 상자(45~50마리) 가격은 7만2000~8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4.7% 뛰었다. 갈치 한 상자(20~25마리)도 산지인 제주도 성산포에서 18만~2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밀가루 등 기초 식품값도 들썩

설탕 밀가루 등 기초 식품의 가격 움직임도 심상찮다. 과자 등 다양한 완제품에 들어가는 설탕 가격은 이미 오르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설탕값을 7.5~8.5% 인상했으며 삼양사와 대한제당도 CJ제일제당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설탕의 원료인 국제 원당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국제 소맥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이 가격대가 지속된다면 올 4분기 밀가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과자나 음료 가격은 이미 올랐다. 롯데제과는 지난 5월 목캔디 4종(42g) 가격을 20% 올린 데 이어 6월에는 꼬깔콘 2종(67g)을 20% 인상했다. 동아오츠카의 대표음료 '포카리스웨트' 8종의 편의점 판매가격도 지난달 3.5~5.5% 올랐다.

◆국제 원당가격 2개월새 30% 상승

국내 식탁물가가 이처럼 뛰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인한 국제 농수산물 가격 상승 때문이다. 밀가루 가격의 국제표준이 되는 미국 시카고상품시장의 선물은 지난 2일 한때 부셸당 7.1125달러까지 올라 1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1개월 사이 상승폭은 50%에 달한다. 세계 생산량의 10%가량을 차지하는 러시아에서 연일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성장기를 맞은 밀이 피해를 입은 게 가격 급등을 불러왔다.

원당도 산지 브라질의 이상 기후 영향으로 2개월 전에 비해 30%가량 상승했다. 커피는 뉴욕시장에서 선물가격이 이달 들어 한때 파운드당 1달러81센트까지 올라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o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