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융 · 복합)는 정보기술(IT) 제품 개발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다른 업종 간에도 생산기술을 융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의 장점인 IT를 전통 제조업에 접목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 화성에 있는 삼진엘앤디의 금형공장.TV 본체를 이루는 플라스틱 틀인 '몰드 프레임'을 찍어내는 이곳은 다른 금형공장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금형 공정에 IT를 결합한 생산라인이 그것이다. 삼진엘앤디가 IT결합형 생산 방식을 도입한 것은 2005년 초였다.

이경재 삼진엘앤디 대표는 "납기 단축과 품질 개선을 게을리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지원하는 'i매뉴팩처링'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i매뉴팩처링'은 아날로그 방식의 제조업에 IT를 접목해 생산관리,협업 인프라 등을 재구축해주는 '한국형 제조혁신' 전략이다.

금형기술과 IT를 어떻게 결합했을까. 이 회사는 먼저 금형 한 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300여개의 부품 설계도면 모두에 바코드를 붙였다. 각각의 부품이 어느 정도 가공됐는지,불량이 생겼는지 등 모든 공정의 진행 상황을 컴퓨터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바꾼 것.설계도면을 그리는 작업에도 IT를 접목했다.

삼진엘앤디는 30여개 협력업체에 일부 부품을 위탁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설계도면을 변경해야 했다. 종전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팩스를 보내는 식으로 해결했던 이 과정을 온라인 화상을 이용한 설계 회의로 바꿨다. 이를 통해 번거로운 출장이나 회의를 줄이면서 설계도면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었다.

IT를 결합한 효과는 컸다. 삼진엘앤디는 4년 만에 금형제품 납기를 35일에서 20일로 43%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컨버전스형 생산 방식의 효과를 보고 있는 곳은 삼진엘앤디뿐만이 아니다. 우성정공 신한금형 아스픽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i매뉴팩처링'을 도입해 20% 안팎의 납기 단축 효과를 보고 있다. 성공 사례가 확산되면서 i매뉴팩처링 도입 기업은 현재 718개사로 늘어났다.

이석우 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IT를 활용한 제조혁신 활동이 국내 중소기업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경기)=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