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는 로또로 13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를 단 번에 손에 쥔 부부가 이 돈을 놓고 다투다 갈라선 뒤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로또 한 장으로 원수가 된 부부는 웰링턴 근교 파라파라우무에 사는 맬컴 랍슨과 린다 갤러허로 9년 전 사실혼 관계를 시작, 아홉 살 난 딸까지 두고 있으나 로또가 거금을 안겨주면서 갈등을 빚기 시작해 결국 4년 전에는 남남으로 갈라선 뒤 법정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01년 같이 살기 시작한 직후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되자 당첨금을 3채의 주택에 투자했다.

그러나 로또를 구입한 랍슨은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갤러허와 부부생활을 시작하기 직전에 설립한 가족 재단을 대신해서 로또를 산 것이라며 갤러허는 돈을 나누어 가질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랍슨은 자신의 가족재단에 갤러허는 수익자로 올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들의 갈등은 결국 부부관계 파탄으로 이어졌으나 싸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다.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랍슨에게 당첨금을 갤러허와 나누어가질 것을 명령했으나 랍슨은 명령을 거부하고 항소했다.

랍슨은 1일 뉴질랜드 언론에 "내가 로또를 산 게 아니다.가족재단이 산 것이다.나도 그것을 알고, 변호사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아는데 판사만 모르는 것 같다."고 판결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갤러허 측의 니콜렛 레비 변호사는 당첨금은 공평하게 나누어가져야 한다며 로또는 부부가 나누어 가져야 하는 공동 재산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당첨금을 나누어 가져야한다는 판결을 내렸던 판사는 랍슨이 가족재단의 돈 10달러를 가지고 재단을 위해 로또를 샀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 이유는 가족 재단의 투자형태로 로또를 사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랍슨은 로또를 사는데 쓴 돈이 가족 재단에서 나온 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재단을 위해 산 것만은 분명하다며 자신은 종종 그렇게 해왔고, 재단의 경비도 자주 개인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판부의 판결은 흠집투성이이기 때문에 항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때 대단히 성공적인 사업가였던 랍슨은 지난 해 9월부터 실직상태에 있다며 법률구조도 신청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대학의 빌 애트킨 법학과 교수는 랍슨이 개인 돈으로 로또를 샀다면 당첨금은 부부의 공동재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랍슨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데이비드 히친스는 "그가 당첨금을 가족 재단에 넣지 않으면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변호사의 얘기를 듣고 송사를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