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의 확장을 야기하는 두 가지 원인을 자세히 보면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첫번째로 가난한 사람이든 중산층이든,또는 부자든 관계없이 모두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의 수혜자여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 개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요인은 정치적 과정이다. 시민들의 지지표를 얻기 위한 정쟁에서 인기영합주의와 선동가가 승리할 기회가 훨씬 더 크다. 압력 단체로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 먹고 사는 각종 복지 관련 시민 단체들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의 정치적 환경에서 이런 복지 압력을 이겨낼 정치인이 있을까. 또 관변 전문가들의 소득과 승진 기회,신분 상승은 복지국가 확장과 비례한다.

복지 예산 증가를 초래하는 요인들의 상호작용은 매우 역동적이다. 복지국가로 저성장 · 고실업의 몸살을 앓았던 독일,1990년대 복지병 위기를 겪어야 했던 스웨덴,197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연명했던 영국 등에서 복지 지출이 임계점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10~15년이었다. 단 두세 번의 선거로 도달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9% 수준인 우리나라 복지 지출 규모도 20% 이상의 수준에 도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결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며 복지 지출의 증가를 본격적으로 재촉하고 있다.

문제는 복지국가 확대의 결과다. 주인 없는 돈이기 때문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남용과 낭비,'공유의 비극'은 당연한 결과다. 사회적 자본으로서 도덕의 파괴도 빼놓을 수 없다. 책임의식과 독립심을 갉아먹고 국가 지원에 의지해 살아가려는 복지 의존심을 강화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의 치명적 병폐다.

그렇다면 복지국가의 확대를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직접 참여로 중과세를 막았던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가 흥미롭다. 조세 부담이 비교적 낮은 이유가 정치권의 예산 증대를 시민들의 참여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보다 훨씬 믿음직한 것이 있다. 하이에크(F A Hayek)가 제안한 헌법을 통한 복지국가 억제이다. 헌법조항으로서 균형예산의 원칙,3분의 2 찬성에 의한 조세입법,국가 지출 제한규정 등을 도입하는 것이다. 좋은 헌법이 국가 지출 확대를 초래하는 정치적 과정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유감스럽게도 다른 나라의 헌법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헌법도 재정 지출의 확대를 효과적으로 막을 조항이 없다. 자의적인 정부 지출,과세와 정부 부채를 막을 헌법이 더없이 중요함에도 권력 구조와 관련된 헌법조항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