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나섰는데도 외국인의 한국 채권 순매수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의 '한국 채권 구애'는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한은이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채권 3조15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이달 들어 4조9861억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사들였으며 올 들어 누적 순매수 규모는 52조1485억원으로 불어났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날부터 일별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를 보면 9일 2466억원,12일 5017억원,13일 1729억원,14일 4430억원,15일 1120억원,16일 3636억원 등이다. 지난주에도 19일 1195억원,20일 7745억원,21일 930억원,22일 3331억원 등이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의 하루 평균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는 3159억원으로 직전 6일 일 평균 3066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이유는 우선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한은은 올 상반기 우리 경제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7.4% 성장했으며 하반기에도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 4.5%는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혹은 그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을 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으며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주요 국가 중 이 정도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외국인의 한국 채권 순매수는 글로벌 경제 지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앞으로 국내 채권 순매수 기조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상반기까지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는 2%포인트였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이제 2.25%포인트로 확대됐다. 한은이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금리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달러가 약세를 형성할 것이란 점까지 더하면 외국인으로선 금리차와 더불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