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 월가 개혁법을 서명한 워싱턴 로널드레이건빌딩.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건물이다. 공화당 소속이던 레이건은 '탈(脫)규제주의자'와 '시장우선주의자'의 대명사다.

개혁법의 핵심 축인 '볼커룰'의 주인공을 이날 처음 만난 곳은 서명식(오전 11시30분) 시작 10여분 전 출입구였다. 2m 키의 거구는 쉽게 눈에 띄었다.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생자문위원장은 서명식장 내 맨 앞줄의 가운데 좌석에 앉았다. 카메라 기자들은 볼커를 중심으로 플래시를 연신 터트렸다. 역시 그는 뉴스메이커였다. 서명식이 끝나고서도 볼커 위원장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기자에겐 좋은 인터뷰 기회였다.

볼커는 개혁법 발효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전진을 위한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정권의 탈규제와 시장우선주의가 금융위기를 불렀다는 듯 "감독당국은 지난 몇 년 동안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일로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가 "개혁법 내 볼커룰이 95% 만족스럽다"고 한 대목은 못내 5%가 아쉽다는 의미였다. 당초 안과 다르게 의원들은 업계의 로비와 협상 과정에서 은행들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자본금 3% 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볼커가 강조한 개혁법의 국제공조는 다른 국가에서도 미국과 상응한 규제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볼커 위원장(전 FRB 의장)만큼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상원 청문회 부담 때문이었을까. 서명식이 끝나자 주변과 잠깐 인사를 나누고선 종종걸음으로 행사장 한쪽 문으로 빠져나갔다. 경호원이 급하게 달려가 "출구를 잘못 선택했다"고 일러줬다. 버냉키는 다시 서명식장 안으로 들어와 제대로 된 '출구'로 나갔다. 'FRB의 출구찾기 전략'과도 겹쳐보이는 상황이 묘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