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지병 수렁'에 빠지나] (7) 선진국도 시행착오
日 경증환자는 중단·獨 자녀 없으면 보험료 많이 내
정완교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례로 독일과 일본을 꼽았다.
일본은 2000년 간호사들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집에 찾아가 영양과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돌봐주는 '예방적 개호보험'을 선보였다. 첫해엔 수요자가 149만명 수준이었으나 불과 5년 만에 329만명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 비용의 비중도 같은 기간 0.7%에서 1.3%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1995년 노인 대상 장기요양서비스를 도입한 독일의 상황도 비슷하다. 독일의 요양서비스 이용자는 1995년 106만1000명에서 2004년에는 192만5000명으로 81.4% 늘었다. 서비스 비용은 4억4000만유로에서 16억8000만유로로 9년 새 281%나 부담이 증가했다. 이 결과 독일에서는 1999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각국은 이에 따라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일본은 2006년 요양 대상자의 범위를 줄이는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경증 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고 외부 보조가 꼭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 서비스를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독일은 2005년부터 자녀가 있는 근로자와 없는 근로자의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자녀가 있는 근로자는 소득의 0.85%를 보험료로,자녀가 없는 경우는 1.15%로 정했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 사회보험 방식으로 요양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에서는 65세 이상 은퇴한 노인들도 계속 보험료를 지불하도록 해 재정 부담을 덜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도 정부의 예상보다 빠르게 수요가 늘어 제도의 재정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연구위원은 "부모와 동거하는 가구의 비율이 계속 줄고 노인들을 가정에서 주로 돌보는 45세 이상 64세 이하 여성 인구도 감소하고 있어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집에서 서비스를 받기보다 시설에 입소해서 24시간 서비스를 받는 비중이 빨리 늘어날 것"이라며 "이 경우 재정 부담이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경제학)는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재정 안정성을 고려해 틀을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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