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사금융 피해 엄격 단속"

대부업체들이 생색내기식으로 최고이자율 인하에 나서고 있다.

이르면 21일부터 최고 이자율이 49%에서 44%로 내려감에 따라 대부분 업체가 인하폭만큼의 금리인하만 계획하고 있는 것. 30%대의 높은 이자율로 소액신용 대출 영업을 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법정 상한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 인하 움직임조차 거의 없다.

금융당국은 최고 이자율 인하시 영세 대부업체들의 음성화 및 불법 중개수수료 편취 등 사금융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 단속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적발시 전원 경찰 고발 등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부업체, 울며겨자먹기식 금리인하
대부업체 중 법정 인하폭 이상의 이자율 인하에 나서는 곳은 에이엔피파이낸셜(러시앤캐시)과 리드코프 두 곳 정도다.

리드코프는 지난 4월부터 대출 최고금리를 종전보다 11%포인트 인하한 38%로 적용하고 있고, 자산규모 1위인 러시앤캐시도 조만간 최고금리를 30% 후반대로 낮출 예정이다.

자산규모 2위인 산와대부(산와머니)는 올해에는 법정 최고치인 44% 금리를 유지한 뒤 내년중 상황을 보면서 36.5%로 낮춘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규모 3~4위인 웰컴크레디트와 바로크레디트는 44% 수준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자산 1~2위 대부업체를 제외하면 금리를 30% 후반대로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일단 44%로 운영하면서 추가 인하를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금리를 내린 업체로 쏠릴 경우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소액신용 대출 영업을 확장하고 있는 저축은행들도 금리 인하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20% 후반대에서 30% 후반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이자율 상한에는 걸리지 않기 때문에 굳이 금리를 인하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소액신용 대출 금리가 높은 축에 속하는 HK저축은행은 현재 48.9%인 최고금리를 43.9%로 낮추기로 했다.

◇"보증부 대출.환승론 노려볼 만"
최고 이자율이 내려가도 이미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은 이자율 인하의 혜택을 소급적용 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기존 대출자는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롭게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전환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대부업체가 기존 고객을 위한 전환대출 상품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대부업체에서 새 대출을 받는 수고를 해야 한다.

환승론을 마련한 곳도 있다.

한국이지론은 고금리 대출자를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연결해주는 환승론을 운영하고, W저축은행도 지난달부터 대부업체 이용고객이 신청할 경우 연 11%포인트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금 여유가 있다면 대출을 전환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당국도 전환대출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 26일께 시작되는 보증부 대출도 적극 노려볼만하다.

현재 40% 후반대인 대부업체 금리에 비해 15% 전후의 싼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증부 대출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업 이용자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사금융 피해 엄격 단속"
금융당국은 최고이자율이 인하되면 오히려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불법행위 적발시 엄중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고이자율 인하시 영세 대부업체들이 수익에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이자율 규정을 어기면서 음성적인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래 불법 중개수수료 편취행위가 적발되더라도 해당금액을 돌려주면 경찰에 고발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불법행위 적발시 반환은 물론 전원 경찰에 고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감원은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직권검사시 최고이자율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