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재테크 전략] "단계적 인상이면 충격 적어"…낙관론 우세
해외 변수에 출렁임을 거듭하던 국내 증시에 금리 인상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시기가 예상보다 당겨진 것에 증권가는 허를 찔린 분위기다. 연말까지 두세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주요 증권사들은 금리 이슈가 하반기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금리가 소폭으로 단계를 밟아 올라갈 경우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는 내재가치를 감안한 주가 수준인 밸류에이션이 해외에 비해 낮아 투자 매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은행 보험 등 금융주와 내수주,운송주 등은 금리 인상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물지표 호조와 동반하는 금리 인상은 긍정적

증권가는 대체적으로 금리 인상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미 호주 인도 뉴질랜드 브라질 등이 금리를 올려 한국도 금리 인상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주가 3분기 이후 실적 호전 가능성으로 강세를 보인 것도 하반기 금리 인상 이슈가 선반영됐다는 평가다. 실제 이달 초 채권전문가 169명을 대상으로 금융투자협회가 7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1%가 동결을 예상했다. 6월 초의 96%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로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장이 감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낙관론자들은 기준금리가 상향 추세로 방향을 잡았지만 주식의 매력이 아직 크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주식의 투자 매력을 측정할 때 흔히 '일드 갭'(yield gap)을 사용한다. 일드 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채권보다 주식에 투자했을 때 얼마나 더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뜻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에서 채권 수익률을 뺀 수치로 계산한다. SK증권에 따르면 'AA-'급 회사채 3년물 수익률을 적용할 경우 일드 갭은 작년 말 4.21%포인트에서 지난 8일 6.36%포인트까지 상승했다.

국채 3년물 수익률로도 이 기간 5.33%포인트에서 7.31%포인트까지 일드 갭이 올랐다. 2000년 이후 국채 수익률 기준으로 평균 일드 갭은 6.38%포인트로 현재 주식 투자 매력은 높은 상황이라는 평가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당국이 물가 불안으로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한편으론 예상보다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성장에 따른 후행적 금리 인상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실물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고 있어 금리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경기 둔화 국면에 금리를 올린 경우를 살펴보면 기술주 열풍이 가라앉던 2000년 10월,글로벌 경기의 이중 침체가 진행되던 2002년 5월,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증폭됐던 2008년 8월을 꼽을 수 있다"며 "당시 증시는 금리 인상 충격으로 한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그리스의 국채 수익률이 10%대로 급등하는 등 남유럽 리스크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도 경계 대상이다.
◆단기적으로 금융 · 여행 · 운송주 유망

[금리 상승기 재테크 전략] "단계적 인상이면 충격 적어"…낙관론 우세
금리 인상이 단기적으로 부담은 되겠지만 증시의 중장기 추세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금리가 인상 쪽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관련 수혜주를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예대마진 확대가 기대되는 은행주와 운용자산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보험주가 대표적이다. 당장 하나은행은 12일부터 양도성 예금증서(CD)에 연동된 대출금리를 0.17%포인트 인상하고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대출금리를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예금이자 인상폭은 대출금리에 못 미쳐 하반기 은행권의 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는 KB금융 우리금융 대한생명 등이 금리 인상 수혜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진단했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던 2005년 하반기의 경우 금리 인상을 전후해 8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3개월간 코스피지수가 19% 오르는 동안 은행주는 33%,보험주는 35% 상승해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여행 · 레저주와 운송주가 약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익 전망이 좋은 대한항공 호텔신라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도 더블 딥(경기 상승 후 재침체) 우려가 가라앉으면 글로벌 수요 증대로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