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IPIC, 현대重에 지분 모두 넘겨야"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석유회사와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두고 벌인 경영권 분쟁에서 법원이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오일뱅크의 경영권 확보에 한발 더 다가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장재윤 부장판사)는 9일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등 오일뱅크 주주 12명이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 그 자회사인 하노칼을 상대로 낸 집행판결 청구소송에서 "오일뱅크 지분을 현대중공업 등에 매각하게 한 중재판정의 집행을 허가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재판정이 국재 상거래 분쟁의 실제적 분쟁해결 수단이고 모든 국가 법원이 자국민의 재산 보호를 위해 그 집행을 거부하면 국제거래가 불안정해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IPIC가 주장하는 것처럼 판정이 공공질서나 선량한 풍속 등에 위배된다고 볼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재판정의 집행력 등을 규정한 뉴욕협약의 취지나 판정의 효력 등에 비춰보면 집행국 법원이 그 실체를 다시 판단하는 것은 예외적일 때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IPIC가 보유한 오일뱅크의 지분을 현대중공업 등에 시가보다 25% 싼 가격에 모두 양도하라는 것으로,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국자본에 넘어갔던 정유회사의 경영권을 국내 기업이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는 외자 유치의 일환으로 지분 50%를 IPIC에 6천127억원(5억달러)을 받고 매각했고, IPIC는 2006년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20%를 추가 인수했다.

IPIC가 2007년 오일뱅크 주식 매각을 추진하자 지분 19.2%를 보유한 2대 주주 현대중공업은 우선매수권을 보장하라며 반발했고 결국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중단됐다.

2008년 3월 현대중공업은 싱가포르 소재 국제중재법원(ICC)에 중재를 신청해 `IPIC가 주주간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며 오일뱅크 지분 전량을 주당 1만5천원(시가의 75%)에 현대중공업 측에 양도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IPIC는 `한국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얻기 전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이행을 거부했고, 현대중공업은 중재 판정의 강제집행 허가를 요구하는 소송을 작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