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펀드 운용에 금융공학을 접목한 '퀀트펀드'가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퀀트펀드란 기업의 펀더멘털(실적과 이익 성장성)과 주가 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해 종목을 선별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매니저의 판단을 배제하고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매한다는 점에서 '시스템펀드'와 유사하지만 이동평균선 같은 기술적 지표가 아닌 밸류에이션 지표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1일 펀드평가업체인 KBP펀드평가에 따르면 '동양아인슈타인(퀀트)펀드'는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7.05%(클래스A 기준)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2.56%를 2.7배 이상 웃도는 성과다.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보합권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한층 더 돋보인다.

2007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퀀트액티브펀드'가 상반기 6.67%의 수익을 냈고,'대신액티브퀀트펀드'도 4.63%로 평균치를 웃돈다. 퀀트펀드가 안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설정액도 조금씩 늘고 있다. 올 3월 신규 설정된 'KB퀀트액티브펀드'는 환매 사태 속에서도 넉 달간 142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퀀트펀드가 각광받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국내로 들어오는 주문 중 직접주문계좌(DMA)를 이용한 퀀트펀드의 매매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 매매할 정도로 회전율이 높다"고 전했다. DMA는 외국인들이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국내외 증권사 시스템을 빌려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 DMA 신규 약정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었다"며 "이 중 상당수가 퀀트펀드 수요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귀띔했다.

강지연/박민제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