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동업자'인 무디스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근 미 상 · 하원이 합의한 금융개혁법이 시행될 경우 신용등급 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P의 이 경고는 또 다른 신평사인 피치와 S&P 자사에도 해당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역으로 무디스가 S&P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평사 소송 리스크 커져"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S&P는 29일 현재 'A-1'(상위 두 번째 등급)인 무디스의 단기채권 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이는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적어도 50%는 된다는 얘기다. S&P는 "최근 금융개혁법안 최종안이 나오면서 신평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쉬워져 관련 리스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S&P는 "새로운 기준으로 인해 무디스를 상대로 한 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소송 관련 비용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무디스 경영진이 잠재적인 소송 리스크 증가를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지만,영업비용은 늘고 마진은 줄어 전반적인 사업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평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험성 높은 모기지 연계 증권에 대거 최고등급(AAA)을 부여했다가 뒤늦게 하향 조정하는 바람에 위기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신평사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미 의회가 지난 주말 마련한 금융개혁법안 최종안에도 신평사 규제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금융개혁법안에 따르면 신평사들이 '알면서도' 또는 '무분별하게' 등급을 평가할 때 중요한 정보들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투자자들은 신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금융개혁법안은 또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내부에 신평사를 감독하는 부서를 설치토록 했다. 아울러 과도하게 잘못된 평가를 하는 신평사에 대해선 SEC가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안은 당초 상원안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상원안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금융사들이 가장 좋은 등급을 주는 신평사를 고르는 현행 시스템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SEC가 감독하는 채권평가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었다.

◆등급 강등 리그전 돌입(?)

S&P의 무디스 신용 강등 가능성 제기는 사업모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도 높은 규제는 피했지만 신평사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S&P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NYT)는 "앞으로 관심은 무디스가 언제 S&P의 등급 강등을 경고할 것인지"라며 "신평사들이 '등급 강등 리그전'에 돌입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유럽연합(EU)도 신평사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EU는 이달 초 새로운 신평사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새 규제안에 따르면 내년 출범 예정인 유럽금융감독시스템(ESFS) 산하 3개 감독청 가운데 하나인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신평사에 대한 감독 · 검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ESMA는 등록과 일상적 영업활동 감시는 물론 △검사 △등록 취소 및 정지 △벌금 부과 등 포괄적 권한을 갖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