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오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함으로써 양안(兩岸)의 밀월을 상징하는 이른바 차이완 시대의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는다. 한국과 중국 간 경제교류와 교역의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할 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에서 대만과 직접 경쟁하는 상품이 많은 우리나라에 적지않은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고 보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물론 대만 야권의 ECFA에 대한 반대, 또 입법원의 심의 및 비준 절차를 감안하면 이 협정이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마잉주 대만 총통도 이번 협정이 하나의 중국시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다음 달 1일 피해산업 대책과 함께 향후 10년간 대만의 발전전략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경제협력 파트너로서의 중국과 대만 관계가 더욱 밀접해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과 대만 간 협정에서 초기에 관세감면 혜택을 보는 명단에 대만은 539개 품목, 중국은 267개 품목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수출액으로 따지면 대만은 139억달러, 중국은 28억달러에 이른다. 이것 말고도 은행, 의료, 회계, 영화 등 서비스분야에서 대만의 중국 본토 진출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장 우리 IT제품의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석유화학산업도 대만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벌써부터 대만은 중국 수출에서 한국을 제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만이 문제가 아니다. ECFA를 기반으로 중국과 대만이 연구개발 및 자본협력을 강화할 경우 이것이 가져올 경쟁판도 변화는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은 우리나라로서는 ECFA의 파장을 면밀히 분석해 기술적 우위 강화, 대만과의 협력 확대 등 대응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경쟁환경이 구조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만큼 한 · 중 FTA에 보다 속도를 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