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미국의 온라인 할인여행 서비스 회사인 '프라이스라인닷컴'에 1만달러를 투자했다면 5년이 지난 올 3월 얼마가 됐을까. 그동안의 배당금을 모두 재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10만1200달러로 불어났다. 5년간 투자수익률이 912%에 달한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최근호에서 뉴욕증시의 S&P500지수 편입종목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주주들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준 회사' 1위에 올랐다.

닷컴버블이 붕괴된 2001년 프라이스라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항공권 등을 구매할 때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해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했던 프라이스라인은 설립 4년 만에 존폐 위기에 몰렸다. 닷컴버블 붕괴로 추가 자금조달이 힘든 상황에서 9 · 11사태가 터지면서 항공 여행객 수요가 급감했다. 2002년 1억9000만달러의 순손실이 났고 20%의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1999년 4월 974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002년 10월 7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주가가 너무 떨어지자 경영진은 액면가를 높이기 위해 6 대 1 주식병합에 나서기도 했다.

최악의 시기였던 2002년 회사를 맡은 제프리 보이드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전략을 새로 짰다. 그는 더 이상 항공권 판매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보이드 CEO는 항공보다는 상대적으로 전망이 나은 호텔 예약 쪽에 초점을 맞추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프라이스라인을 이용할 경우 경쟁사보다 얼마나 더 돈을 절약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방식의 새 광고를 통해 여행객들의 시선을 다시 끄는 한편 주요 호텔체인들이 합작벤처 형태로 보유하고 있던 '트래블웹'을 합병,예약 가능한 숙박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적극적인 인수 · 합병(M&A)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첫 번째 타깃은 유럽이었다. 유럽은 온라인 예약이 미국만큼 활발하지 않은 상태였고 대형 호텔체인이 아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호텔이 많아 공략 가능한 틈새가 많았다. 보이드 CEO는 2004년부터 영국의 온라인 예약 사이트 액티브호텔스를 비롯해 각국의 온라인 여행사들을 인수해나갔다.

유럽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7년부터는 아시아로도 진출했다. 현재 프라이스라인의 네트워크는 90여개국 10만개 호텔에 달한다. 2008년 경기침체기 때도 저렴한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판매가 34%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23억달러,순이익은 4억8950만달러였다.

한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주주수익률이 높은 회사 명단에는 프라이스라인 외에 애플(4위) 구글(16위) 등 정보기술(IT) 업체와 셀진(13위),길리드사이언시스(26) 등 바이오테크업체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