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향후 3년간 450억유로 규모의 정부 지출을 축소하는 내용의 긴축안을 12일 내놨다. 프랑스는 그동안 지출 동결 외에 직접적인 긴축안은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재정 상황이 더 양호한 독일조차 강도 높은 긴축안을 발표하자 프랑스도 경쟁하듯 유럽 각국의 긴축 모드에 합류한 셈이다.

◆프랑스 "우리도 질 수 없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이날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의원 모임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8%까지 증가한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유럽연합(EU) 안정성장 협약 합의 기준인 3% 이내로 낮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용 총리는 "3년 동안 1000억유로의 재정적자를 줄일 예정"이라며 "절반은 지출 축소,절반은 세수 증대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450억유로 규모의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50억유로의 탈루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다. 또한 150억유로는 기존에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했던 임시 조치들을 중단해 확보하고,나머지 350억유로는 경기가 나아지면 자연스레 늘어날 세수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피용 총리는 "이러한 긴축 조치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에 6%, 2012년 4.6%,2013년에 3%까지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긴축안은 프랑수아 바루앵 예산장관이 얼마 전 "프랑스가 강력한 재정 감축 조치를 단행하지 않으면 최고 수준의 AAA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힌 후 나온 것이다.

특히 재정적자가 GDP 대비 5%로 프랑스보다 나은 독일이 "2014년까지 800억유로의 재정지출을 줄이겠다"며 솔선수범에 나서자 최근 시장에선 "프랑스는 독일처럼 쓴 약(강도 높은 긴축안)을 삼킬 만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투자자들은 2012년 프랑스 대선이 다가올수록 프랑스의 재정적자 문제는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긴축안은 프랑스 정부 내 위기감에다 부쩍 커진 시장의 우려에 적극 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프랑스는 정부 소유의 옛 성(城)까지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독일은 징병제 폐지 거론

독일에선 긴축 방안으로 군 개혁이 언급되면서 54년간 지속된 징병제가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를 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 국방장관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군 개혁과 예산 절감을 위해 의무 복무 제도를 폐지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징병제를 폐지해 상비군 병력을 25만명에서 15만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텐베르크 장관은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분데스베어(연방군)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예산 절감 필요성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대 문제는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65년간 논란이 돼온 예민한 주제인 데다,징병제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실제 제도가 바뀔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AFP통신은 오는 17일 열리는 EU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을 입수해 "EU 지도자들이 금융위기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들에 EU 차원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제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