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최대 성과는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이다. 재정이 부실한 국가는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쓰되 재정에 여유가 있는 나라는 소비를 늘리는 '역할 분담'을 제시한 것도 특징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진전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지지 세력을 크게 늘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캐나다 영국 재무장관과 면담을 통해 필요성을 강조했고 협조하겠다는 반응을 받아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고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은 "금융안전망 구축 필요성에는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뮈니케에 필요성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부실 국가로 찍히는 '낙인효과' 때문에 꺼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요청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간 반응은 엇갈렸다. 신흥개도국에서는 호황 때 외국 자금이 몰렸다가 불황 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 때문에 과도한 외환보유액을 쌓아두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급할 때 외환을 대줄 수 있는 완충 장치가 절실하다. 반면 선진국 입장에서는 재원을 대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무엇보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했다. 금융안전망을 믿고 방만한 외환 정책을 펴는 나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IMF의 기존 재원을 활용하는 등 선진국의 부담감을 줄여주는 방안 등을 제시해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선진국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회복 노력 강조

지난 4월 워싱턴 재무장관회의 코뮈니케의 서두는 출구전략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G20은 재정건전성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G20 경제수장들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G20은 재정문제가 심각한 나라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촉구한 반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나라에는 수요 진작을 촉구했다. 각국의 재정 사정에 따라 역할 분담을 요구한 것이다. 코뮈니케에서 "능력 범위에서 우리(G20)는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며 내수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가 재정 긴축에만 쏠리면 '더블딥'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재정위험 국가의 건전성 회복을 통해 잠재적 불안 요인을 줄이는 동시에 세계 경제의 회복 기조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 달성을 위해 적절히 운영돼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확장적 통화정책의 지속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은행세 등은 추후 논의

올 들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은행세 등 금융권 분담 방안 논의는 이렇다 할 진척을 보지 못했다. 캐나다는 물론 호주도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납세자 보호의 필요성 등 코뮈니케에 은행세(금융권 분담 방안) 5대 원칙이 들어간 것은 고려 요인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금융권 분담의 전제로 '정부의 개입이 있었던 경우'를 제시하면서 은행세 도입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결국 금융 부실을 가져온 금융권이 부담을 진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분담 방안은 각국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장관은 "비예금성 부채에 대해 세금을 매기자거나 위기 시 자본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마련하자는 등의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