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대한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빨리 발표돼야 합니다. 워크아웃 대상이라는 소문만으로 납품을 중단할 수는 없잖아요. "

채권은행단들이 이달 말까지 건설사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7월 초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1일 레미콘 업체인 A사 관계자는 "해당 건설사는 물론 납품업체들도 결과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퇴출 건설사 7월 초 발표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건설사 옥석 가리기를 이달 말까지 끝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 건설사에 대한 1,2차 평가는 20일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평가 대상 업체는 A등급(정상),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C등급(워크아웃),D등급(법정관리)으로 분류하며 이 중 C,D등급 업체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달 중순까지 각 채권은행들에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집계해 보고하도록 했다"며 "평가에 대한 오류 여부를 따져본 뒤 7월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시공능력 100위권 건설사 중 20곳을 제외한 상당수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11개 건설사의 실명이 적힌 리스트까지 돌고 있다. 작년 초 91개 건설사에 대한 1차 신용위험평가 결과 12곳이 C~D등급을 받았지만 A,B등급 업체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패스트 트랙(신속 자금지원 프로그램)과 건설사 지원 방안인 대주단 프로그램이 각각 6월과 8월에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유동성이 악화되는 건설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그룹 계열사 상위 5개 업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건설사가 워크아웃 대상에 오를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상당수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확실성 증폭 "차라리 빨리 발표하라"


건설사는 물론 납품업체들도 초비상 상태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신규는 물론 추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올스톱돼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신동아건설과 남광토건이 시공을 맡은 김포 신곡6지구 PF가 지연됐다. 대주단이 신용평가 결과를 본 뒤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미루고 있어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확정됐다면 차라리 빨리 발표를 해야 옥석 가리기도 뚜렷해질 것"이라며 "해당 사항이 없는 기업마저 애매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금융 당국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며 "건설사와 시행사 등을 모두 살펴봐야 하고 입출금 확인 등이 복잡한 데다 유동성도 단기에 해결 가능한지,부실화 가능성이 높은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건설업체도 많고 은행들이 나눠 하다 보니까 수치가 안 맞는 것도 있어 시간이 걸린다"며 "건설업계 사정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성선화/정재형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