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지연 예상 작용한 듯"

채권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15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채권을 팔지 않고 오히려 사들이고 있어서인데,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매수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고채 3년 물 수익률과 익일 물 콜금리(중개거래) 사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장단기 금리차는 평균 1.72%포인트를 기록해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작았다.

월 평균 장단기 금리차는 지난해 10월 2.48%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올해 들어 1월(2.29%포인트), 3월(1.93%포인트), 4월(1.77%포인트) 등으로 계속 좁혀졌다.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 것은 단기 금리인 콜금리는 기준 금리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움직이지 않았디만 장기 금리인 국고채 가격은 상승(금리는 하락)했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 상승은 외국인 채권 수요가 계속되는 데서 비롯했다.

24일 현재 외국인 채권 순매수(장외 거래)는 4조7천억원으로 지난달(8조3천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월간 기준으로는 2월(5조5천억원)이나 3월(6조6천억원)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채권 시장에 투자금이 유입돼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 데는 유럽 재정위기의 지속 가능성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기준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애초 다음달을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봤던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최근 예상 시기를 1~2개월 늦췄다.

미국 씨티은행도 선진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져 아시아 신흥시장의 금리 인상도 함께 지연될 것으로 관측했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유로 지역의 문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경기 선행지수가 꺾여 `고점' 논란이 제기되고 국내 경기도 3분기에 다소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후 출구전략보다 구조조정 문제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채권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원화 가치 하락세가 지나치다는 견해가 대두하면서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평가손을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장한철 채권시장팀장은 "환율이 오르면서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손을 털고 나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계속 사들이고 있다"며 "올해 전반적으로 환율이 하락 기조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최근의 환율 급등세가 지나쳤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