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래동 J&B컨설팅 본사.매일 오후 6시30분 직원들이 하나 둘씩 가방을 챙겨 퇴근할 때 김혜정 교육팀장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스스로 정해놓은 온라인 수업시간이다. 근무를 마친 뒤라서 지칠 법도 하지만,요즘 남모르는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 그가 듣는 수업은 '여사원 혁신과정'.그 중에서도 이미지 메이킹 분야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강릉 원주대 학생들을 위한 취업컨설팅에서 이미지가 면접에서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한 뒤 시작한 과정이다.

이 과정은 개인의 비전과 목표 등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적 이미지'와 외모 · 태도 · 말투 · 습관 등을 바로잡아 주는 '외적 이미지',상사나 동료,부하직원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한 방법론과 에티켓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내적 이미지 수업을 들으면 사람이 왜 꿈을 가져야 하는지,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나중에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실감나요. "

피부색과 체형,헤어스타일 등에 따라 사람을 봄,여름,가을,겨울형으로 분류해 설명하는 '외적 이미지' 수업에서는 호기심이 발동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배우 심은하씨는 겨울형이래요. 그래서 단발머리와 진주목걸이가 잘 어울린데요. 가수 장나라씨는 밝고 화사한 봄형이라서 웨이브 머리가 잘 어울린다네요. 호호.재미있지 않아요?"

김 팀장은 이번 수업을 통해 인생의 '블루오션'을 찾았다. 한국 최고의 이미지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것.그는 수업을 들으며 관련 책들을 다양하게 섭렵했다. 대학원에도 진학해 '이미지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파견사원들의 이미지가 회사 이미지와 직결되는 만큼 파견사원들을 위한 교육도 맡게 됐다. 구직자들에게는 이미지 코디를 통해 일자리 기회도 넓혀줄 수 있게 됐다. 김 팀장은 "온라인 교육을 통해 나를 바꾸고,신입 직원들의 변화도 이끌 자신이 생겼다"며 "이미지 메이킹과 인상학을 접목해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같은 회사 사내강사인 이신혜 교육사업부 전임강사는 요즘 파견직 · 판촉직 사원 등을 위한 강연에서 풍부한 사례를 풀어놓으며 수강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판촉 스킬,업무동기 부여,고객 응대법 등을 강의하는 그는 온라인 강좌에서 배운 내용들을 적절히 활용해 수강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강좌를 처음 접했을 때는 수료할 수 있을지 걱정되고,온라인 교육에 대한 거부감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기본부터 단계적으로 구성된 수업을 듣고 나니 내 콘텐츠가 풍부해진 느낌이 들더라구요. "

김 팀장과 이 강사는 최근 한경아카데미가 펼치는 '한국경제 리스타트 교육캠페인' 학습과정을 이수했다. 근무에 쫓기면서도 남보다 먼저 출근하거나 점심시간,업무종료 후에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남들이 쉬는 자투리 시간을 투자한 이들은 온라인 강좌에서 삶의 새로운 이정표를 찾은 셈이다.

이들이 근무하는 J&B컨설팅(대표 이수연)은 중소기업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교육 마인드로 무장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교육의 가치는 본업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본사 직원 100여명 뿐만 아니라 파견직원 2000여명도 예외없다. 이 대표는 "본사 직원부터 '리스타트 교육캠페인'에 참여하고 있고,파견직 근로자들도 단계적으로 교육에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J&B컨설팅은 이를 위해 별도의 교육 사이트를 구축했다. 파견직 사원들을 위해서는 능력개발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다. 각 사업장에 파견나가 있는 직원들이 홈페이지를 방문,카드번호를 입력하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

J&B컨설팅은 ㈜제이앤비맨파워,㈜제이앤비티엔에스,㈜제이앤비취업지원센터 등의 계열사를 둔 아웃소싱업계 리딩 컴퍼니다. 근로자 파견,업무위탁,고객센터 교육 · 헤드헌팅 등의 사업을 펼친다.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 임직원 수는 3200여명.J&B컨설팅은 특히 금융회사 텔레마케팅 분야로 특화했다. 외환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신한카드,금호생명,삼성카드,현대카드,ING생명,올림푸스 등이 주요 고객회사다.

이 회사가 교육에 유별난 관심을 쏟는 건 이 대표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그는 본사 직원뿐만 아니라 파견직 사원들에게도 "오늘에 안주하지 말라.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며 입버릇처럼 자기계발을 강조한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매출 500억원의 회사를 일군 경험에서 우러난 생각이다. "리더가 되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공부를 안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에요. "

이 대표의 이런 생각은 비즈니스 선순환을 낳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똑소리나게 일하는 회사라는 소문이 고객사들 사이에 돌면서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 것.아웃소싱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년 고객사가 늘고 있는 이유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