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기 강좌 지상 중계

경영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조찬모임에도 가야 하고 고객을 만나서도 깨우쳐야 한다. 그래도 내공을 쌓기엔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HiCEO(www.hiceo.co.kr)는 이런 경영자들을 위해 한국경제신문이 2007년 만든 온라인 교육 사이트다. 콘텐츠당 5~10분짜리 영상과 강의 슬라이드로 구성돼 있고 경제ㆍ경영ㆍ리더십ㆍ재테크ㆍ트렌드ㆍ문화ㆍ건강 등 7개 채널 100여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3000개 이상의 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하루 3건씩 업데이트된다. HiCEO 경영교실은 HiCEO 회원들에게 이미 검증받은,인터넷 최고 인기 강좌를 신문 지상에서 중계하는 코너다.

▼이문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경제가 어렵다지만 팔리는 제품은 분명히 있습니다. 오히려 더 잘되는 회사도 적지 않습니다. 경영자들이 경영학을 배우는 목적은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찾아 그것을 자신의 회사에서 재연해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오늘은 모터사이클의 세계적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과 혼다를 갖고 토론해보겠습니다. 우선 할리의 성공 비결부터 생각해볼까요?

▼박영춘 SADI(삼성디자인학교) 교수= 저는 디자인이야말로 할리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발명,개척,자유정신을 제품 디자인에 담아 마인드 디자인까지 훌륭하게 완성한 것이 할리가 성공한 비결이죠.

▼이 교수=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할리의 디자인이 독특한 건 분명하지만 무엇이 다른 모터사이클과 다른지요.

▼박 교수= 유연한 곡선의 아름다움이 특징입니다. 엔진과 배기구로 연결되는 곡선이 시선을 끄는 전반적인 조형의 짜임새가 그렇죠.이런 개성있는 디자인이 시선을 끄는 역할을 하고요. 자세히 보면 촉감이나 소재,시각적인 부분이 아주 특색있습니다. 크롬 도금을 쓰는데 시각적인 자극도 크지만 냉철함과 강인함을 잘 강조하는 소재지요. 할리는 결론적으로 남자다운 강인함과 아름다운 개척정신이 잘 표현된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 할리의 성공 비결을 디자인으로만 보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할리는 '향수(鄕愁) 마케팅'과 '커뮤니티 마케팅'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고 봅니다. 1960~70년대 미국인의 정서였던 히피문화를 다시 살려냄으로써 추억과 감성적인 욕구를 자극했던 향수 마케팅의 효과가 컸죠.또 할리에 열광하는 마니아(HOG · Harley Owners Group)들을 모아 클럽을 만들고,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같이 타고 달리게 했던 커뮤니티 마케팅이 결정타였고요. 이렇게 감성욕구를 자극받은 소비자들을 통합한 것이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직결됐으니,할리는 마케팅의 승리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박 교수= 보통 디자인 하면 그림이나 모형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굉음에 가까운 할리의 엔진 소리,그건 사람의 심장박동 소리를 연상케 하는 사운드 디자인이에요. 개척시대 카우보이들이 광야를 달리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미국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이죠.단순하고 클래식하면서도 원초적인 디자인에 모터사이클이 가진 본능적인 가치가 잘 녹아들어 사용자의 감성적인 측면을 자극시켰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것 전부가 바로 디자인이죠.어떤 이야기를 담아서 제품을 설명할 것인가를 결정짓게 만든 스토리 디자인도 빠뜨릴 수 없고요. "

이 교수= 그러나 할리가 바로 그 디자인 때문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할리가 영화에 자주 나오고 주로 젊은이들이 좋아하게 되면서 일반인 사이에 예상못한 인식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은 굉장히 터프한 사람들만 타는 모터사이클로 인식되기 시작한 거죠.

▼박 교수= 그 문제는 분명 있습니다. 실제 평일에는 월스트리트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주말에만 '호그'로 변신하는 사람이 많은,그들로서는 상당히 억울한 노릇이죠.그런 점에서 마케팅 측면에 할리가 문제가 있었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이 교수= 더 중요한 것은 할리가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입니다. 할리의 남성적 가치를 무겁게 느끼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악하고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펼쳤던 혼다의 마케팅이 할리를 완전히 쓰러뜨렸던 것 아닙니까? 혼다는 할리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서 착안해 가볍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낸 것이죠.혼다는 캘리포니아의 산뜻한 기후조건에 맞게 가볍고 저렴하며,운전하기 편리한 실용적 스쿠터를 출시해 모터사이클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시장을 좁게 정의해왔던 할리는 큰 타격을 입었고,넓은 시장을 보고 체계적 마케팅을 준비했던 혼다는 미국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하게 됐죠. 마케터들이 '진주만 이후 일본의 2차 미국 공격 사건'이라고 부르는 마케팅의 일대사건이 바로 이겁니다.

▼박 교수= 그러나 사용자들이 제품을 보고 만지고 대할 때 마케팅을 생각할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도대체 마케팅에 관심이라도 있을까요? 그리고 결국 마케팅의 소재가 무엇일까요? 미국인의 꿈을 겨냥한 할리의 디자인,캘리포니아 기후에 적합한 혼다의 실용적인 디자인이 마케팅과 광고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아니겠습니까? 할리의 향수 마케팅도,혼다의 폭발적인 시장점유율도 팔리는 디자인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담는 디자인이 있어야만 사랑받는 제품이 되는 것이고,그런 의미에서 마케팅은 포장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 교수와 박 교수의 '이대박' 코너는 매회 한치의 양보도 없는 토론으로 끝난다. 그러나 두 교수가 토론을 벌이며 나아가려는 공통의 지향점이 있다. 바로 브랜드다. 브랜드는 디자인이 있어야 존재하고,마케팅이 있어야 팔린다. 두 교수는 이번 토론을 마치면서도 "할리나 혼다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서 우리 제품들도 이런 논쟁거리가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기업인들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꿈을 키워가면서,그 두 수레바퀴인 디자인과 마케팅을 편견 없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들의 토론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사진=신경훈 기자

opeia@hankyung.com


박영춘,이문규 교수는

SADI(삼성디자인학교) 프로덕트디자인(PD)학과장을 맡고 있는 박영춘 교수는 레드닷어워드 등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수상한 한국 대표 디자이너다. 서비스마케팅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문규 교수는 최신 영화나 개그를 강좌에 활용하는 등 창의적인 교수법으로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교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한 것을 늘 자랑스러워 한다.

'디자인 마케팅 MBA' 과정 개설

두 사람은 6월8일부터 7월20일까지 한경아카데미에서 '디자인 마케팅 MBA' 과정을 개설한다(http://blog.naver.com/migase 참조).수업은 매주 화요일 오후6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