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제일은행 매각으로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냈던 미국의 사모펀드 TPG캐피털이 이번엔 중국에서 또 한번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6년 전 사들였던 중국 선전개발은행 지분을 중국 2위 보험사 핑안보험에 넘기면서 11배가 넘는 고수익을 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핑안보험은 TPG가 보유 중인 선전개발은행 지분 17%와 선전개발은행이 발행할 신주 5억8500만주를 오는 6월 중 총 32억달러를 들여 매입할 예정이며,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도 받았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핑안보험은 선전개발은행 지분을 5%에서 30%로 끌어올려 최대주주가 된다. 이에 따라 2004년 1억5000만달러에 선전개발은행 지분을 인수했던 TPG는 투자금 대비 약 11.3배에 달하는 17억달러의 차익을 얻게 됐다. 선전 증시에 상장돼 있는 선전개발은행 주가는 지난 4일 20위안으로,TPG가 이 은행에 투자할 때 주가(3.54위안)보다 약 5.8배 오른 상태다.

핑안보험은 이미 지난해 6월부터 선전개발은행 지분 인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해외 사모펀드와 자국 대형 금융사 간 거래가 갖는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인수 승인을 계속 미뤄왔다.

TPG는 2000년대 초 제일은행 매각과 관련한 '먹튀' 논란이 불거져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TPG의 아시아 자회사인 뉴브리지캐피털(현 TPG 아시아펀드)은 2000년 4500억원을 투자해 제일은행을 사들인 뒤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되팔면서 1조1511억원의 차익을 쓸어담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