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코스닥 정보기술(IT) 업체들에 대한 지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부품 · 장비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지고,해당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투자금으로 기술력을 더 키울 수 있어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 증시에서도 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하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좋은 회사'면 언제든 투자 가능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에스에프에이 지분 10%를 최대주주인 디와이에셋으로부터 인수,2대주주로 올라섰다. 인수 가격은 공시일인 지난 3일 종가(5만8800원)보다 28.5% 정도 할인된 주당 4만2000원이었다.

에스에프에이는 1998년 말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의 자동화사업부가 분사하면서 설립된 회사로,2001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삼성전자에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장비와 물류 자동화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코스닥 기업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1월엔 LCD 금형(틀)을 만드는 에이테크솔루션의 지분 15.9%를 263억원에 취득했다.

이어 12월 LCD 광학필름 업체 신화인터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0억원(신주인수권 행사시 지분율 10.74%)을,올 3월엔 반도체 · LCD 장비업체인 아이피에스의 전환사채(CB) 220억원(전환시 지분율 14.7%)을 잇따라 사들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부품과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며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스에프에이는 원래 물류장비 업체였지만 현재 삼성전자와 화학증착장비(PECVD)를 공동 개발하는 등 장비업체로 변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기술력이 뛰어난 '강소기업' 투자를 늘려 핵심 부품 · 장비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를 받은 기업은 안정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삼성전자는 해외 의존도를 줄여 서로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효과

일각에선 2008년부터 부품 · 장비회사 지분 투자를 시작한 LG디스플레이 전략을 삼성전자가 벤치마킹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08년 티엘아이와 아바코,뉴옵틱스(비상장)의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작년에도 LIG에이디피와 우리LED(비상장),다이나믹솔라디자인(비상장)에 투자하며 총 6개의 국내 부품 · 장비업체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제품 개발과 공급을 할 수 있었다"며 "작년 공급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 삼성전자가 선행투자를 통해 언제 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불황에 대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음 투자대상 기업은

삼성전자 투자 소식에 지난 4일 에스에프에이 주가는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은 끝에 2.04%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투자를 받는 기업은 그 자체로 검증된 것이어서 다음 투자 대상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에스엔유 덕산하이메탈 크로바하이텍 등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장비주나 LCD 필름업체 미래나노텍,휴대폰용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참앤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투자와 관련해 추측성 루머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 연구원은 "소문이 퍼져 주가가 미리 오르면 투자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투자받는 회사 모두 기밀 유지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며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은 대부분 'A기업에 투자했으니 다음엔 사업구조가 비슷한 B기업이 대상'이라는 식의 막연한 추측"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