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됐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일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협상 타결 소식을 밝혔다. 그는 "오늘 각의는 합의안을 승인했다"면서 "오늘 결정으로 그리스 국민은 커다란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전날 유로존 15개 회원국과 IMF의 2010~2012년 그리스 지원 규모가 1000억~1200억유로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재정적자 축소 대책과 관련,공무원 급여와 연금이 영향을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재정적자 심화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지난달 23일 유럽연합(EU)과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IMF와 유로존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그리스는 자구책 일환으로 '탈세'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탈세 규모가 연 300억달러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그리스에선 탈세만 바로잡혀도 나랏빚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일례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테네 북부의 한 고급주택지의 경우 정기 세금신고 때 집에 야외수영장이 있다고 자진해서 밝힌 세대는 324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세당국이 위성 사진을 분석해본 결과 이 동네에선 1만6974개의 수영장이 발견됐다.

최근 프라다와 샤넬 등 명품가게가 즐비한 아테네 콜로나키 지역에서 영업하는 의사 1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이상이 연소득 4만달러 이하라고 답했으며 이 중 34%는 소득세 면세점인 1만3300달러 미만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이는 이 지역 1년 임대료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지난달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된 새로운 세법은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인상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막기 위한 장치들도 포함돼 있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되면서 그리스 시민들 사이에선 "우리도 성숙해져야 한다"는 반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상황이 좋아지길 기대하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탈세문화는 보다 광범위한 뇌물 및 부패 관행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NYT는 그리스엔 '파켈라키(그리스어로 '작은 봉투')'라는 뇌물 관행이 고착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무원들에 대한 뇌물은 매우 일반적이라 케이스별 '공정가'가 정해져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300유로(약 400달러)를 주면 자동차 배기가스조사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 식이다. 특히 세무 공무원은 뇌물로 '매수'하기 가장 쉬운 공무원으로,그리스인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그리스의 지하경제 규모는 전체 GDP의 20~3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