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베스트바이와의 관계는 갑(甲)과 을(乙)이었지만 이제는 파트너 수준으로 변했다. "

지난 15일 오후 뉴욕 베스트바이 매장에 들어선 윤부근 사장이 한 말이다. 삼성전자 TV 제품력이 북미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인 베스트바이와의 관계까지 바꿔놓았다는 얘기였다. 베스트바이는 미국에만 100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매장 직원들도 감탄

미국 현지에서는 베스트바이에 전시된 비율이 시장점유율과 직결된다는 게 통설이다. 베스트바이는 2010년 TV 전시모델을 107개에서 95개로 줄였다. 그러나 삼성 제품은 34개에서 39개로 오히려 늘어났다. 여기에 베스트바이는 스스로 돈을 내 삼성 3D TV 코너를 더 만들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윤 사장은 "5년 전만 해도 베스트바이 매장에 진열을 하려면 통사정을 해야 했는데 요즘은 베스트바이가 더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스트바이 관계자는 "회사직원들이 업무시간에 삼성 3D TV 앞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매장 관리자가 통제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바이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의 종합 할인점 시어스에도 삼성전자만을 위한 3D 전시장이 설치돼 있고,최대 양판점인 코스트코도 삼성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해외에 불밝힌 이건희 회장의 인재경영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북미 시장을 장악한 또 하나의 비결은 현지 최고의 전문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에서 윤 사장을 수행하며 매장안내를 한 사람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제임스 머피 마케팅총괄 상무와 로버트 구미엘라 가전 마케팅 상무,미국에서는 팀벡스터 북미총괄 마케팅 전무,존 리브 가전 담당 상무가 함께했다. 이들은 전부 현지 외국계 전자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윤 사장은 "현지 채용 인력의 80~90%가 외국기업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던 사람들"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인재경영이 해외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1년간 외국계 전자회사에서 근무하다 2005년 캐나다법인에 합류한 제임스 머피는 "삼성전자는 다른 전자업체와 달리 공격적이며 경영자들이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면서 "1등을 하고 난 후 오히려 공격성이 더 강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1등이 바꿔놓은 기업 문화

이날 저녁 뉴욕의 어느 한식당.윤 사장을 비롯한 현지 주재원들이 다음 날 전략회의를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저녁 자리에서는 현지법인 임원들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저마다 본사로부터 TV를 더 받아가야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고 한다. 3D TV 출시 후 나타난 이런 현상에 대해 윤 사장은 "1등이 되고 나니 회사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1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전자 북미지역 전략회의 분위기도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1969년 삼성전자 설립 후 해외에서 열린 모든 경영회의는 본사가 해외법인에 "더 팔라"고 독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본사 경영진이 "공급을 늘려 달라"는 해외 주재원들의 요구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뉴욕=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