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물가가 고삐 풀린 듯 치솟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면서 지난달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 금리 인상 등 인도의 '출구전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때문에 당분간 루피화 오름세를 용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도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짐에 따라 금리 인상과 같은 선제 대응 조치들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印 3월 물가상승률 17개월래 최고

인도 통상산업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3월 도매물가지수(W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9.9%로 전달의 9.89%보다 0.01%포인트 높아졌다. 17개월 만에 최고치다. 1월 WPI 상승률도 당초 발표했던 8.56%에서 9.44%로 재조정됐다. 인도는 소매물가지수(CPI)보다는 품목 수가 더 많이 포함돼 있는 WPI를 인플레이션 지표로 삼고 있다.

인도의 물가상승은 식료품과 연료 가격이 주도하고 있다. 3월 중 식료품은 16.7% 올랐고 연료 가격도 12.7% 상승했다.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인해 인도중앙은행(RBI)이 오는 20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0.25~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RBI는 통상 분기에 한 번 통화정책회의를 여는데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달 1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기습 인상했다. 그 결과 재할인금리는 연 4.75%에서 5%로,역재할인금리는 3.25%에서 3.50%로 각각 조정됐다. 두부리 수바라오 RBI 총재는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중기적으로 경제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출구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2억 인구 중 8억명이 극빈층인 인도에서는 물가가 민심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그만큼 정부는 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중요한 정치 변수도 된다. 1분기 성장률이 8.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제도 전반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월까지 12개월 연속 확장세다. 제조업의 확장세가 지속되면 비용 상승으로 생산물 가격은 더 압박을 받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가 물가 때문에 자국 통화인 루피화 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루피화 가치는 지난해 3월 바닥을 찍은 이후 17% 상승했다.

◆ADB"베트남 단계적 금리 인상해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의 물가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베트남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46%로 전달(8.46%)에 이어 올해 목표치인 7%를 훌쩍 뛰어넘었다. HSBC은행은 "베트남의 물가상승률이 우려할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베트남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당초 8.5%에서 10%로 상향 조정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막고 달러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면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환율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7%에서 8%로 1%포인트 올린 후 지난달까지 4개월째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국가는 인도와 베트남,호주(지난해 10~12월,올 3 · 4월) 말레이시아(3월) 4개국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산 버블 심화와 물가 급등이 조기에 현실화될 경우 아시아 각국의 출구전략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