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원 · 달러 환율은 내림세로 출발했다. 전날 큰폭으로 오른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장 막판엔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이란 대형 재료가 겹쳐졌다. 이때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가량 하락한 1116원 수준.한국 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외환 딜러들 단말기에 뜨는 순간부터 원 · 달러 환율은 수직으로 낙하했다. 결국 전날보다 11원70전 떨어진 1122원20전으로 마감했다.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원 · 달러 환율을 4원가량 추가 하락시킨 것이다. 이날 종가는 2008년 9월12일의 1109원10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한국의 경제상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좋은 데다 위안화 절상이 예고돼 있는 상태에서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오른만큼 단기간 1100원대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중기적으로 보면 원 · 달러 환율이 하락 일변도의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한국 주식을 쓸어담기에 바빴다.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은 9조5695억원에 달한다. 또 채권 역시 지난달에만 6조원 이상을 매수했다. 한국의 경제여건이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살 수는 없는 만큼 무디스발 호재를 틈타 일부 처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원 · 달러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이런 점을 종합감안해 "원 · 달러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며 당분간 1100원 선에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로 기간을 늘려보면 105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위안화 절상에 대해 "독자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것이 위안화 절상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2%에 이를 것이란 전망(한국은행)까지 나와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연말 전망을 보면 골드만삭스가 1050원,모건스탠리가 1025원을 제시하고 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00원 선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외환당국이 지나치게 빠른 하락을 경계하고 있으며 미세조정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가파른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