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첫 데뷔전을 치렀다.

개회 시각인 오전 9시보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한 김 총재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의 마치고 설명회에서 얘기합시다"라고만 짧게 답하면서 회의장으로 향했다.

금통위 회의를 처음 주재하는 만큼 김 총재 얼굴과 몸짓에는 긴장감이 배여 있었다.

촬영을 위한 기자들의 요구에 김 총재는 다소 경직된 자세로 한참 동안 의사봉을 들고 있다가 `두드려달라'는 말에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의사봉을 두드렸다.

거침없이 `땅, 땅, 땅' 큰 소리로 의사봉을 두드리던 이성태 전 총재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사진기 조명이 잠시 주춤해지자 김 총재는 열띤 취재경쟁을 완곡히 제지하려는 듯 연방 "됐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 회의 탁자에는 빈자리가 하나 있었다.

이틀 전 임기를 마친 심훈 금통위원의 자리였다.

금통위 회의는 의장인 총재를 중심으로 나머지 금통위원 6명이 양쪽으로 3명씩 앉는다.

심 위원의 자리는 왼쪽 세 번째였고, 올해 초부터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려고 참석한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자리는 심 위원 옆이다.

심 위원의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허 차관은 왼쪽 두 번째에 앉은 강명헌 위원과 한 자리 건너 앉게 됐다.

공교롭게 정부 참석자를 떨어뜨려 놓은 모양새가 됐다는 강 위원의 말에 허 차관은 "(금통위가) 자꾸 저를 멀리하시는 것 같습니다"라며 농담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