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들은 민간으로 옮겨가는 반면 민간전문가들이 관(官)으로 들어가기는 여전히 어렵다. 정부가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2000년 도입한 개방형 직위 제도가 겉돌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외부인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해 놓고 시늉만 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정부는 국제업무관리관과 성과관리심의관 등 6개 개방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임용된 사람들은 모두 100% 내부 관료들이다. 지식경제부는 무역조사실장 등 8개 개방직 가운데 민간인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책임연구원이었던 박종구 연구개발특구기획단장 1명뿐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시니어급 인사가 지원하기에는 개방직 공무원의 보수가 너무 적다"며 "응모를 받아보면 경제관료가 전문성이나 경험 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민간인 출신이 뽑히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재정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급)은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관료들을 잘 알아야 하고 관세정책관은 세법과 관련된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춰야 하는데,민간인 지원자들은 함량이 부족하거나 부하직원 통솔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방형 공직에 관심을 갖는 민간인들은 "관료들과 경쟁하기 힘든 자리만 개방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민간 전문가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리 위주로 개방형 공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방직을 고위공무원단 위주로만 운영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현재 184개 개방직을 두고 있지만 171개가 고위공무원단이고 과장급 자리는 13개에 불과하다.

성공 사례도 있다. 개방직으로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들어간 뒤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까지 지낸 박종구 아주대 총장직무대행이 대표적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